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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태영건설 PF 사업장 절반, 처리 계획 제출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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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태영건설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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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20~30여곳이 사업장 처리 계획을 제출하지 못했다. 대주단 내에서 신규 자금 지원이나 경·공매 처리 등 방안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이 PF 사업장별 처리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태영건설 채권단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PF 사업장에 대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개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주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PF 사업장의 최종 처리 방안이 결정될 수 있어 대주단이 떠안아야 할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주단은 최대한 빠르게 PF 사업장 처리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 당국과 태영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건설 PF 사업장 59곳 가운데 20~30여곳이 사업장 처리 계획을 내지 못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필요한 PF 사업장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 사업장 대주단에 이달 26일까지 처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태영건설 PF 사업장 중 절반가량이 사업장 처리 계획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PF 사업장 처리 계획을 내지 않은 대주단에 계획 마련을 독려하는 한편, 자체 PF 사업장 실사를 통한 사업장 처리 방안 마련에 나선다.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현재 태영건설 PF 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실사가 종료되면 산업은행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PF 대주단 대표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적인 처리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대주단에서 PF 사업장 처리 계획을 자체적으로 세우지 않으면 운영위원회에서는 실사 결과만을 참고해 최종적인 사업장 처리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주단은 자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위원회에서 발언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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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채권단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취재진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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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실사가 이미 거의 진행된 상황으로, 이를 바탕으로 PF 사업장 처리 방안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주단의 계획을 받는 것 자체가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할 때 의견을 반영해 주겠다’라는 의미로 대주단이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자체적으로 손상 처리 등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주단 내 협의를 통해 자체 계획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PF 사업장 중 브리지론 18곳의 처리 방안 마련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론 사업장의 경우 미착공 상태로 경·공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중·후순위 채권자가 손실을 많이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자 간 협의가 어렵다. 산업은행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처리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은 대주단이 자체적인 PF 사업장 처리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워크아웃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태영건설이 급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상황이므로 PF 사업장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처리해 기업구조개선계획까지 원활하게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장이 기한 내 정리 계획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라며 “기업개선계획 결의 등이 논의되는 3차 채권자협의회가 열리는 4월 11일까지만 처리하면 될 문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가 태영건설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산업은행의 4000억 지원, 골프장 매각으로 2000억원이 마련되면서 유동성 문제는 해결된 상황이다”라며 “PF 사업장의 정리 속도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의 속도가 달라질 테지만 워크아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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