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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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33)는 이번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평이 안 되는 아파트 난방비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만원 많은 30만원에 육박해서다.
한씨는 "고지서를 받아들고 '뭐가 잘못됐나' 싶어 남편과 함 생각을 해봤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아기 때문인가 생각도 했지만 아기는 작년에도 있었고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했다.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했던 날씨 탓에 난방 사용은 줄었지만 난방비에 나가는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난방비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 대비 11.5% 인상됐다. 반면 난방 사용량은 에너지 절약 실천과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직전 연도인 2022년 12월보다 15.6% 줄었다.
사용량은 줄었지만 에너지 단가가 오른 탓에 고지서를 받아든 지역난방 사용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온 열로 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채택한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이모씨(33)는 "보일러는 아이들 방에만 24도 정도 맞춰 틀고 거실과 안방은 난방이 거의 안 돌 정도로 유지하는데도 관리비가 작년보다 2배 올랐다"며 "관리비만 46만8291원이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금액이라 다른 데서 허리띠를 졸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도시가스 이용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계청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스는 2022년 대비 21.7% 올랐다. 포근한 날씨 덕에 예년보다 사용량이 줄긴 했지만 난방 단가가 올라 체감 난방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올랐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씨(55)는 "아껴 썼는데도 한 달 도시가스 요금이 처음으로 30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요즘 과일, 채소 등 안 오른 게 없어 생활비가 빠듯한데 가스비까지 이러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최모씨(29)도 "겨울이면 14만원 나오던 관리비가 지난달 19만원이 나왔다"며 "혼자 살아 늘 24.5도에 맞춰놓고 사는데 아무것도 바뀐 게 없이 갑자기 관리비가 5만원이 뛰니 생돈을 날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난방비 부담이 큰 에너지 취약층은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동절기 난방요금을 에너지바우처 포함 연 최대 59만2000원 내에서 가능하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비교적 춥지 않은 날씨에는 실내에서 옷을 겹쳐 입고 온도를 조절하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지역난방 절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집에 가장 적절한 온도를 찾는 것으로 온도를 1℃씩 올리며 적정온도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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