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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밸류업, 페널티 없는데 인센티브도 부족"…'맹탕' vs' 인식전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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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기업 자율 참여 유도 방향…최종 가이드라인 6월 중 발표

시장선 "맹탕" vs "방향성 긍정적"…상속세 등 강력 세제 혜택 요구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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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윤곽이 공개됐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앞서 예상됐던 수준의 방향성만 공개됐을 뿐, 세제 혜택 등 명확히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평가다. 수개월 뒤에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에 한 달 넘게 기대감으로 뜨거웠던 증시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밸류업 프로그램 윤곽이 발표된 2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7% 내린 2647.0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장중 한때 2629.78까지 밀리며 2630선이 깨졌으나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1188억원)에 힘입어 소폭 회복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861억원, 479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는 그간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힌 자동차, 금융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기아(000270) -3.21%, 현대차(005380) -2.05%가 하락 마감했으며, 하나금융지주(086790) -5.94%, KB금융(105560) -5.02%, 신한지주(055550) -4.50%, 우리금융지주(316140) -1.94% 등 은행·금융 관련주도 하락했다.

◇기업들 '자발적 참여 유도' 가닥 잡은 정부…인센티브 부여 방침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 및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 승계 컨설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당국은 이날 1차 세미나를 시작으로 5월 중 2차 세미나를 열어 업계 안팎 의견을 수렴한다. 이를 통해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게 된다.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인 하반기 이후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게 된다. 당국은 매년 5월 우수 기업 10여개 사를 선정해 밸류업 표창을 줄 계획이다. 연기금 및 기관 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3분기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12월께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한다.

당국은 기업의 자발적인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 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며 "기업 밸류업의 성패는 기업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시장과 소통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타임라인만 공개되고 세제 등 혜택 불명확…"맹탕" vs "의식 개혁 의의"

페널티 없는 자율 규제 기조에 시장에는 일부 실망감이 감지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제성이나 세제 혜택 내용이 명확하게 들어가 있지 않다 보니,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불가피하다"며 "시장이 기대했던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로드맵이나 자사주 소각 관련 법인세 혜택,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 구체성 있는 조치가 전부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늘 발표에서 인센티브라며 내건 것 중 기업으로서 구미가 당길 만한 내용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마저도 확정된 게 없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의를 해왔다고 했는데, 관계 부처와 합의가 일부라도 됐다면 이렇게 맹탕으로 발표만 하고 가이드라인을 미루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안 발표가 한참 뒤로 밀리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이번 발표 만으로 상장 기업 의식 개혁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주 목적은 상장 기업들의 인식 개혁이었다"며 "개선 방안을 공표한 기업들은 향후 주주로부터 계획 진행 상황을 엄격히 평가받게 될 것이고, 리스트에 기재되지 않은 기업들이 시장의 압력을 느끼고 대응책을 마련할지 여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시장 기대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기산일 변경 등 관련 제도 변화가 지속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3월 주주총회, 5~6월 KRX 밸류업 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어 쉽게 에너지가 소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단기 차익실현은 있겠지만 밸류 로테이션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선 '인센티브 강화' 요구…"자사주·배당·투자 등 다방면 걸친 세제 혜택 필요"

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세제혜택에 대한 요구가 크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별다른 페널티 없이 기업의 자율성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인센티브가 확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장사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시늉만 잠깐 하고 장기적으론 프로그램이 유야무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로드맵이나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법인세 혜택,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구체성 있는 조치였으나 이번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부 제외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배당, 투자 등 다방면에 걸쳐 실질적이고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PBR이 1이 되지 않으면 과표를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산정을 하고, PBR이 0.5 수준이면 시가에 비해 과표가 2배가 되는 페널티가 있다"며 "일본 제도와 차별점이 인센티브라고 한다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산업 평균보다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를 감면해 주는 전향적인 방안을 찾으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연기금들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하지만, 민간 투자자는 상당히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 보유에) 세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권재현 경희대 교수는 "기업 인식과 관행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시장이 인내를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며 "이사회 중심으로 계획을 짜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책임이 너무 가중되면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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