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천연수소 ‘5만년 사용량’ 5조t 땅 밑에…새 골드러시 오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철분이 풍부한 감람석은 고온고압에서 지하수와 반응해 수소를 생성한다.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역대 최대의 천연수소 웅덩이가 알바니아 광산에서 발견됐다는 연구 보고에 이어, 전 세계 땅속에 갇혀 있는 천연수소가 무려 5조톤에 이른다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미발표 보고서 내용이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5조톤은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소비되는 수소 1억톤을 기준으로 할 경우 5만년, 향후 예상되는 연간 5억톤을 기준으로 할 경우 1만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연구 책임자인 지질조사국의 제프리 엘리스 박사(석유지질학)는 최근 덴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학술회의에서 연구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대부분의 수소는 접근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지만 몇%만 추출해도 연간 5억톤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천연수소 예상 수요량을 수백년에 걸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학술회의에 참석한 지질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에너지 골드러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

과학자들이 천연수소를 찾기 위해 알바니아 크롬광산 갱도를 탐사하고 있다. F-V. Donz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소 경제 관련 세계 기업인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청정 수소 수요가 연간 3억7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60년 전 유전개발 붐 재현될 수도





현재 연료 및 산업 원료로서의 수소는 주로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공정을 통해 얻는다. 이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전체 수소 시장의 90% 이상이 그레이수소다. 이때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포집, 저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재생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져 생산량이 미미하다.



그러나 땅속에서 천연수소를 추출하게 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환경 부담이나 그린수소를 만들 때의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천연수소를 골드수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콜로라도광산학교의 멩글리 장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골드수소의 골드러시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천연수소가 160여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유전개발 붐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본다. 블랙골드러시라고도 불린 유전개발 붐은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타이터스빌에서 처음으로 시추공을 이용한 석유 생산 방식을 개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겨레

미 네브라스카의 천연수소 시추 시설. Natural Hydrogen Energy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빌 게이츠의 에너지 벤처캐피탈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등으로부터 9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한 천연수소 채굴기업 콜로마의 폴 하라카(Paul Harraka)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천연수소는 탄소 배출이 적을 뿐 아니라 토지 및 물, 에너지 소비도 적기 때문에 깨끗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말했다. 미 네브래스카에서 천연수소 탐사 작업을 하고 있는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의 비아체슬라브 즈고닉 최고경영자는 “상업적 생산을 시작하려면 몇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없는 곳에 천연수소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석유나 천연가스 추출에 자금과 연구가 집중된 탓에 천연수소의 잠재력이 주목받지 못했다. 유전이 있는 퇴적암층에는 온전한 상태의 수소가 희박하다.



과학자들은 지구 맨틀 상부에 널리 분포돼 있는 감람석을 주요 천연수소 공급원으로 보고 있다. 철 성분이 풍부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과 반응해 사문석이 되는 과정에서 수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고 수소를 방출한다.



천연수소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60km 떨어져 있는 한 마을에서 우물을 파던 중 깊이 108m 지점에서 가스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스의 정체가 수소로 확인되자 폭발 우려로 시추공은 매립되고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다 2007년 말리 출신 사업가 알리우 디알로가 이끄는 석유가스업체 페트로마(현 하이드로마)가 이 지역 자원탐사권을 획득하면서 수소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하이드로마는 2012년 이 지역의 수소가 순도 98%나 된다는 걸 확인한 데 이어 2018년 국제수소에너지저널에 “천연수소 가스 개발 가격이 화석 연료 또는 전기 분해로 제조된 수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으로 천연수소의 경제성을 확인한 이 연구를 계기로 천연수소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한다.



미 오스틴 텍사스대의 마이클 웨버 연구원(에너지 시스템)은 사이언스에 “천연수소는 석유와 가스가 없는 곳에 있다는 점에서 (석유 중심의) 지정학을 좋은 방향으로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