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워싱턴DC 동물원서 ‘자이언트 판다’ 사라졌다…中, 50년만에 계약 중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석조의 外說]

1972년 닉슨 행정부 때 수교와 함께 찾아온 판다

50년만에 계약 연장 중단

美 갈등에 ‘판다 제재’ 구사하는 中

뉴스레터 ‘외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조지타운 월시 외교스쿨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에 와서 학교 다음으로 많이 찾은 곳은 스미소니언 동물원입니다.

워싱턴 D.C. 심장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2.5마일(4km) 거리입니다. 범도심지라 할 수 있는데요. 놀랍게도 가족 단위로 언제든 차를 몰고 찾을 수 있도록 널찍한 주차장을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호랑이·열대 어류, 조류 등 다양한 종이 이 곳에 살고 있습니다.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야수와 닮은 아메리카 들소 ‘바이슨(Bison)’도 있더군요.

아이들이 날씨 상관없이 물감·모래 놀이, 그림 그리기 등을 할 수 있는 실내 놀이방도 있었습니다.

스미소니언 동물원 정문을 통해 입장하는데 한국에서는 에버랜드 푸바오로 잘 알려진 ‘자이언트 판다’ 사진과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한국을 곧 떠날 푸바오를 저는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그 아쉬움을 여기서 달랠 수 있겠구나 기대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이언트 판다를 볼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을 해줬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동물원을 질주했습니다.

그런데 좀 걷다보니 자이언트 판다 그림과 함께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봤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동물원 직원들을 찾아가 물어봤더니 “자이언트 판다 3마리가 동물원에 있었는데 지난해 11월 중국 청두로 돌아갔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럴 수가…낙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3일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동물원에 놓친 자이언트 판다 그림의 팝콘 판매 마차. 동물원엔 자이언트 판다 이미지로 꾸민 조형물과 시설이 많았다. 1972년부터 지난 50여년간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중국의 판다는 미중 갈등 여파로 이제는 미국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은 올 연말로 미 전역의 모든 판다를 다 귀국시킬 예정이다. /노석조 기자·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동물원에는 자이언트 판다가 현재 없지만 그간 이들이 얼마나 이 동물원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트 판다 캐릭터가 새겨진 팝콘 마차가 따로 있을 정도였고, 동물원 정문은 물론 중간 중간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도 자이언트 판다 그림과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스미소니언 동물원의 주인공은 자이언트 판다이고, 다른 동물들은 조연인 것처럼 비춰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팥소 없는 찐빵’같은 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리서치를 해봤습니다. 동물원에서 동물 한 종이 없어진 걸 가지고 뭘 그러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눈여겨볼만한 ‘뉴스’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선일보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동물원에 더는 자이언트 판다를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판다들이 살던 구역은 현재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우리의 자이언트 판다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지와 관심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세 자이언트 판다는 지금은 중국에 삽니다'라고 영어로 적혀 있다. /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예상대로 ‘미중 갈등’의 여파였습니다.

미국에 ‘자이언트 판다’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닉슨 행정부 때죠, 1972년 미중 수교가 맺어지면서부터입니다. 국교를 맺으면서 중국이 자국을 상징하는 국보 동물인 판다를 미국 동물원에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중국의 야생보호협회 측과 미 동물원이 협약을 맺은 것이지요.

이후 ‘자이언트 판다’는 미 전역의 동물원에 보내져 지난 50여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선일보

1972년 당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간 국교를 맺는 모습. 중국은 시진핑(가운데) 시대로 접어들면서 도광양회에서 대국 굴기로 태세를 전환해 미국 주도의 국가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국은 이른바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동물원에도 1972년 자이언트 판다가 들어왔고요. 최근까지 머물던 암컷 메이샹과 수컷 티안티안 등 2마리는 2000년에 청두에서 온 친구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애초 10년간만 이곳 동물원에 머물기로 계약됐지만, 중국이 이후 여러 차례 만료 기한을 연장해줘 13년 더 워싱턴 D.C.에서 동물원 방문객들에게 모습을 뽐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부부는 2020년 8월 21일 수컷 아기 시아오 치 지를 낳아 스미소니언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는 총 세 마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어쩐 일인지 이전처럼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023년 11월 이들 일가족은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스미소니언 동물원에는 50년만에 판다 없는 동물원이 됐습니다.

이로써 현재 미국에 남은 자이언트 판다는 딱 네 마리라고 합니다. 네 마리 모두 현재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다고 합니다. 런런과 양양, 그리고 이들의 새끼들인 야 런과 시 런입니다. 중국과의 계약에 따라 이들 모두 올해 말이면 중국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대로 가면 미국에는 ‘자이언트 판다’가 단 한 마리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단순히 판다가 없다는 것의 의미를 넘어 1972년 미중 수교의 상징물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양국의 관계가 현재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8년 5월 16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럽 순방 차 프랑스를 방문해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을 만났다. 왕 외교부장은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 포르투갈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이 올 여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보내 ‘판다 외교’를 재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도가 지난 22일 나왔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다른 데도 아니고 샌디에이고에만 판다를 새로 보내려는 것일까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판다가 간다면 이는 마지막 판다가 중국으로 반환됐던 201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 됩니다.

바로 시진핑 주석이 작년 1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곳이 캘리포니아주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중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었지요. 이에 중국이 미국에 대한 ‘판다 제재’를 일부 거두어 들이고 교류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시 주석은 당시 미국 기업 임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했었지요.

샌디에이고에 진짜로 새 판다 친구들이 온다면 이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다음 링크는 스미소니언 동물원의 런런 가족 유튜브 채널입니다. 이들이 워싱턴 D.C.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뉴스레터 ‘외설(外說)’은

미번역 외서(外書)를 읽고 소개하거나, 신문에 담지 못한 뉴스 뒷이야기[說] 등을 들려 드리는 조선일보의 뉴스레터입니다.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받아보시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로 들어가셔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거나 제 이메일 stonebird@chosun.com이나 휴대폰번호 010-2922-0913에 여러분의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