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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막오른 '반도체 나노 경쟁'… 모리스 창 "日 반도체 르네상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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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이 막 올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대만 TSMC의 일본 첫 구마모토(熊本)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구마모토가 일본의 ‘경제 안보 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열린 TSMC의 일본공장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구마모토 공장을 시작으로 일본이 대만과 중국이 이끈 반도체 공급 거점이 되면 중국을 견제하는 형태로 공급망 안전을 높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24일 구마모토현 기쿠요(菊陽)마치에 위치한 TSMC 제1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엔 일본 측에선 사이토 겐(齋藤健) 경제산업상, 소니 부활을 이끈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 회장과 TSMC의 제2공장에 지분 투자를 발표한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회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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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준공식을 개최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TSMC 일본 구마모토 공장. 양배추밭 일색이었던 이곳은 앞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개소식이 열린 이날 공장 앞 양배추밭에서 인부들이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구마모토=김현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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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일본 ‘미싱 피스’ 채워



당초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시카와 노토(能登)반도지진 현장 방문 때문에 불참했다. 기시다 총리는 영상 축사에서 “반도체는 디지털, 탈 탄소 실현에 불가결한 주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제2공장 지원책도 내놨다. 제2공장에 일본 정부가 7300억엔(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첫 공장을 시작으로 TSMC의 전체 투자금(약 225억 달러· 약 3조3800억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보조금(약 1억2000억엔)이 3분의 1가량이 되는 셈이다.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 혁신은 첨단 반도체 없이 있을 수 없다”면서 “일본서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위해 TSMC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SMC는 일본의 '미싱 피스(missing piece)'인 첨단 로직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반도체 르네상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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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TSMC 공장 준공식이 개최됐다. 사진 T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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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도 화답했다. TSMC의 창업주으로 모리스 창으로도 불리는 장중머우(張忠謀·92) 회장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해 “내 희망이지만, 일본 반도체 제조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만난 AI 시장 관련 인사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반도체 수요에 놀랍고도 기뻤다”면서 향후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날 준공식에서 그는 모리타 아키오(1921~1999) 소니 창업주와의 비화도 소개했다. 1968년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간부로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모리타 아키오 당시 부회장을 만난 얘기다. 그는 “이미 전설적인 인물로 나보다 10살이나 연상이었지만 친절한 접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 인재에서 일본과 대만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양국의 AI 반도체 동맹 전망까지 언급했다.

닛케이는 장중머우 회장의 참석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고령인 창업주의 참석으로 “TSMC의 일본 공장에 대한 진심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제2 공장 투자까지 TSMC의 일본 진출로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50%를 차지했던 일본이 다시 시장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TSMC의 아버지, 모리스 창은?

“TSMC가 없다면 엔비디아도 없다.”

세계 AI(인공지능)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의 젠슨 황(黃仁勳)조차도 인정하는 회사, TSMC를 일으킨 건 모리스 창 회장이다. 장중머우란 이름 대신 ‘모리스 창’이란 이름으로 유명한데 반도체 업계에선 전설적 인물로 꼽힌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9년 스카웃 제안을 할 정도로 탐을 낸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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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TSMC 공장 준공식이 개최됐다. TSMC 모리스 창 창업주가 기념시를 하고 있다. T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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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2세. 1931년 7월 중국 저장성에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반도체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일했다. 대만으로 돌아간 건 1985년. 대만 정부가 대만산업기술연구원장 직을 제안해서였다. 2년 뒤인 1987년 TSMC를 세웠다. 반도체 위탁생산이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들고 나오면서 시장 흐름을 바꿨다. 일본과의 인연도 깊다. TI 근무 시절, 구마모토현과 가까운 일본 오이타(大分)현에서 반도체 웨이퍼 공장 건설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반도체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나노 두뇌 경쟁 본격 시작, 제2공장 연말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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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구마모토 공장 위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니혼게이자이신문]


반도체 업계는 이번 TSMC의 일본 공장 준공을 계기로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올 연말(10~12월)께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제1공장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는 12~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첨단으로 꼽힌다. 제1공장에서 양산하는 제품은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 폭넓게 탑재되는데, 일본은 '경제 안전상 전략물자'를 확보하게 됐다며 반겼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주된 수출 상품인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던 일본으로서는 안정적 수급원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 올 연말 착공에 들어가는 제2공장은 일본이 반도체 생산국으로 부활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6~12나노급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가 본격 생산될 예정이어서다. 이곳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는 AI 기기에 적용될 예정으로, 도요타는 이런 이유로 자율주행차 시장을 겨냥해 지분투자(2%) 결정을 내렸다. 닛케이는 “구마모토 공장을 시작으로 일본이 대만과 중국이 이끌어온 (반도체) 공급의 거점이 되면 중국을 견제하는 형태로 공급망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마모토=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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