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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의약분업 투쟁 선배의 호소 “법적 처분 불가피...본인 선택에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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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서울대학교병원


노무현 정부 시절 의약분업에 반발하며 정부 정책에 투쟁했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중증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어떤 이유로 병원을 떠났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자신을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총괄간사를 맡았고, 이후 의협 대변인을 지냈다.

먼저 권 교수는 정부가 이날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린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정부는 주동자에 대한 인신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협박이 아니고 단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 중에 상당 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게 되고 그 기록은 향후 여러분이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년간 의료계 투쟁에 앞장섰다는 분들은 형사처벌은 받았지만 김재정 회장, 한광수 회장 두 분을 제외하고 의료업에 대한 제한은 받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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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이탈로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대형 병원에 가려던 환자들이 중소형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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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현행 의료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권 교수의 분석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라며 “이 조항으로 인해 국가의 책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강력하게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정상적인 사직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즉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 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의료법상 행정처분은 여러분이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과 무관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본인의 경험을 들어 “의료계 선배들이 무엇인가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도 했다.

권 교수는”노무현 정부 시절 의사협회 상근이사로 일하면서 약대 6년제 학제 연장 반대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았다”며 “의협에서 받은 것은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여러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갑작스러운 사직에 대해 선배 의사이자 교수로서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권 교수는 “의사로서 전문성에 대한 법적사〮회적 처우는 면허를 받은 개인의 행동을 무한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집단사직이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여러분의 행동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스승이 여러분이 당장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 싸움을 시키고 있는 비겁한 사람일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교수들은 걱정하고 안타까워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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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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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의업을 포기한다면 그것 또한 여러분의 선택”이라면서도 “다만 여러분이 계속해서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행동으로 여러분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며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깊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제 판단으로는 정부의 조치가 급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여러분의 몫이지만, 여러분의 피해가 우려되는 마지막 의사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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