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젠 '여성 의사' 갈라치기?…복지부 차관의 '女의사 발언'에 대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채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서 분석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21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여자의사회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전문성, 경험, 노력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성별을 기준으로 한 능력 평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사회 통합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했고,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성차별적 발언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박 제2차관의 발언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여성 의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또는 '근무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가 늘어 의사가 부족하다'와 같은 발언이 아니라 단순히 '수급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 설명에 불과하다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로 삼고 있는 연구자료 중 하나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 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여성 의사는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이직이 불가피하거나, 당직·야근이 어려운 상황이 많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이 요구됨(동 보고서 122면)"

"수도권에 의사들이 집중되고 최근 공보의의 숫자가 감소(여성 의대 진학률 증가, 군필 대학원 과정에 진입하는 사람들 증가)하면서 필수 공공의료를 담당할 인력 부족: 최근 COVID19 사태 이후 자원인력의 헌신으로 부족함을 메우고 있으나 구조적 원인 규명 및 필수 인력 확보 필요)(동 보고서 357면)"

보고서는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여성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근무 환경 보장과 공공의료 안정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여성 인력의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과 공보의에만 의존하는 공공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제2차관의 발언은 사뭇 다른 시선이 담겨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프레시안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월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 = 비선호 인력 공식과 저출생 대책

여성 인력에 대한 이러한 '다른' 시선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15년에서 2018년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카드에서 의도적으로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여성 지원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킨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거나 2017년 공공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기관장이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점수 조정을 해 탈락시키라'고 지시해 고득점 합격자 여성 7명을 무더기 탈락시킨 사건은 이것과 관련 있다. 바로 여성의 임신과 출산 기능, 그리고 양육의 역할에 대한 편견적 시각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차별적 시선이 교차한다. 먼저 사람의 가치를 오로지 생산성으로만 평가하는 문제 그리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여성의 재생산 경험에 대한 차별적·편견적 평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들은 이들을 비선호 인력으로 구분하고 차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잘못된 노동시장의 문제와 맞물린다. 임신과 출산, 양육을 여성 인력의 생산성 저하 요인으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백날 저출생 문제를 떠들어봤자 무엇이 해결되겠는가? '내일도 해가 뜬다'와 같은 수준의 대책이 나온다거나,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저출생이란 사회적 현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여성과 남성 양육자 모두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고물가, 고비용 시대에서 양육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삶이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함에도 사회적 인식조차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아이가 계속 태어나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비선호 인력으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이 당연하게 전제된 노동 환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양육자가 자녀의 양육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봄의 부재를 정부가 2차적 양육 정책 즉 사회적 돌봄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더 많은 사람이 임신과 출산, 양육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는 노동력으로 등급화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공공 돌봄 확대가 현재의 저출생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양육자가 '9 to 6'로 '정상적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돌봄 교실을 야간까지 운영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한 발달권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양육자인 노동자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업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큰 착각에 빠져있다. 사람의 가치는 노동력으로 등급화할 수 없다. 임신과 출산, 양육을 비선호 노동자의 조건처럼 여기는 인식을 바꾸고, 기업과 노동시장 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면 저출생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상화에서 비롯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권 침해 문제들 역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 변화와 노동시장의 개혁은 노동력을 중심으로 한 평가 체계에서, 노동자 삶의 질의 대한 평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양육자인 노동자, 장애가 있는 노동자, 여성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자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는 사회적 배경과 인식이 조성될 때 즉 사람의 가치에 대한 존중 자체로 노동이 평가될 수 있을 때, 그때 우리는 더 많은 후속 세대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누군가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탁하고 일터로 나가며 아이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수 많은 양육자들, 특히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여러 어머니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여러분들의 노동자로서의 삶이 그 자체로 오롯하게 평가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채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