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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24년전 '의사 파업' 주역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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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인한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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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분업 반대 의사 파업의 주역인 권용진(54) 서울대병원 교수가 전공의 집단사직의 법적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전공의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정부가 이번 주말에 법적 조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권 교수는 2000년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총괄 간사를 맡아 의사 파업 최전선에 있었고, 2003~2006년 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와 대변인을 지냈다. 권 교수는 의사이자 법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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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




권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장문을 글을 올렸다. 이번 전공의 행동의 법적 위험성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재난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는 정부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근거가 된다. 주동자를 구속하고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행정처분의 위험성을 법적으로 분석했다.

권 교수는 "행정처분 기록은 의업(醫業)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닌다. 국내 면허로 해외로 나가는 데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 외국에 취업하려면 ‘Good Standing Letter’를 내야 하는데, 거기에 행정처분이 남게 된다. 지난 20여년간 의료계 투쟁에 앞장선 김재정 전 의협 회장, 한광수 전 의협회장 두 명 외는 의료업 제한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의료계가 위헌소송을 내도 승소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한다. 의료계는 '업무개시명령이 의사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위헌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권 교수는 "사직이 인정되더라도 의료법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게 없으면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으로 인해 국가의 책무가 다른 나라보다 강력하게 인정돼 승소 확률이 낮아진다"고 분석한다.

또 집단사직이 근로기준법 절차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공의 근로조건은 민법 660조 제2항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전공의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간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볼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처분은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과 무관하게 적용될 것이다."

권 교수는 의사 선배와 교수로서 당부했다. 그는 "전공의가 병원의 특수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선배로서 이런 현실을 물려줘 미안하고 안타깝다. 다만 이런 현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전공의 행동이 의사윤리지침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이 지침 제1장 일반적 윤리 제3조(의사의 사명과 본분)에서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모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권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윤리적 원칙에 따라서 보더라도 중증 환자 수술이 지연되고 점을 고려하면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인 이유건 개인적인 이유건 간에 병원을 나갈 때 여러분(전공의)이 의사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을 떠난 게)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한다. 노동조합도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만 파업할 수 있게 쟁의권을 인정한다. 사직은 개인 선택이지만 (급작스러운)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 사회통념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병원을 나가면서 스승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일부 스승이 부추기거나 격려한 경우가 있다면 전공의를 앞세워 대리싸움을 시키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의업(醫業) 포기는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다만 계속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종합하면)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며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게 급속성장의 부작용에 직면해 있는 대한민국의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이고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권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Q : 왜 이런 글을 올렸나.

A : 전공의 중 자세하게 내용을 모르고 어떤 처분을 받을지 모르고 병원을 나간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려야 한다.

Q : 행정처분 기록이 큰 장애물인가.

A : 해당국의 의사시험을 보고 가면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한국 면허를 가지고 나가면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속칭 빨간 줄이 남게 된다. 이런 큰 피해를 받게 된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줘야 한다.

Q : 변호사 조언을 받는다는데.

A : 헌법과 의료법을 같이 전공한 사람이 별로 없다. 대형 로펌도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위헌소송을 내도 질 게 뻔하다.

Q : 상황이 급박한가.

A : 정부가 주말에 (전공의를) 잡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그러지 말아야 한다. 전공의들이 생각하고 이해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Q :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제발 숫자(의대정원 규모)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 2000명 증원은 지나치다. 1000명 선으로 낮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양쪽이 강 대 강으로 맞서지 말고 물러서야 한다. 정부도 그간 의료제도를 망가뜨린 데 큰 책임이 있다. 냉정하게 '우리도 부족했다' '반성한다'고 말해야 한다. 정부가 큰 힘을 가졌는데, 이로 인해 후배이자 제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권 교수는 "네덜란드는 의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10년을 두고 개혁했다"며 "절대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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