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전망에 “아이 갖기 무섭다”는 말도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 산부인과 가장 크다는 지적
“의료공백 장기화되면 출산율 더 떨어질 수도” 전망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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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아이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의료공백을 보고 있자니 아이 갖기가 무서워졌습니다.”
신혼 6개월 차, 출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직장인 이정현(32) 씨의 말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및 병원 이탈’로 의료공백이 1년 이상 가는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이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산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출산을 앞두고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거나 분만 일정 등이 연기되자 일각에서는 ‘이러다 출산율이 낮아지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3일 의료계와 맘카페 등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각 병원들의 산부인과 역시 정상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산부인과 진료가 밀리고 출산 시 무통주사를 맞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진료 대기 시간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 산모 A씨는 “5월 출산 예정인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예약이 취소되고 다음달로 밀렸다”라며 “아기 상태가 중요한 시기인데 너무 당황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산모 B씨는 “산부인과 수술이 계속 취소되고 있는데, 기존에 예약돼 있던 제왕절개 수술을 앞당겨서 할 수 없냐는 요청을 병원으로부터 들었다. 일정을 당기지 않으면 수술이 취소된다고 한다”라며 “제왕절개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목숨을 걸고 하는 제왕절개 수술인데 이게 맞는건 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은 파업 전 이미 “마취과는 평소 대비 약 50% 미만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지까지 한 바 있다.
자연분만 때 무통주사를 못 맞는다는 통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왕절개를 고민한다는 산모도 나왔다. 자연분만이 예정됐던 한 산모 C씨는 “무통주사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출산 계획에 무통주사 없는 출산은 없었기에 제왕절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출산이라는 산모 D씨는 “다음주 출산인데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다는 소식에 당장 제왕절개 수술을 잡아놨다”고 했다.
이를두고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 이용자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무통주사 없이 출산했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나”라며 “말이 안되는 세상이다. 아이 낳지 말라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썼다. 이외에도 다른 이용자는 “출산 병원을 따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라며 “아이는 낳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이용자들은 “자연분만에 무통주사를 못맞는다니 너무 끔찍하다”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선택하는 것과 완전 못받는 것은 심적인 차이가 크다” “무통주사를 맞혀주는 곳으로 전원하라” 등 우려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임신·출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무통주사를 못 맞을까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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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는 무통주사 등을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들의 이탈이 뼈아픈 상황이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마취과 전공의 빈자리를 간호사 등이 대체하고 있지만, 수술방이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A대학병원은 마취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는 바람에 평소 하루 평균 100건 정도 수술을 했으나 이를 40여 건 수준으로 줄였다. 이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다. 부산 B 대학병원 역시 마취과 전공의 8명 전원이 자리를 비웠다. 이 병원은 평소 수술실 13개를 운영했지만 이날부터 6개만 운영하고 있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씨는 “의료진들이 환자 목숨을 갖고 저렇게 집단행동을 하는데, 누가 아이를 낳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겠는가”라며 “안그래도 골반이 작아 아이 낳는 게 두려운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출산율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료원 소속 관계자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의료공백이 길어지면 출산을 계획·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출산을 미뤄 출산율에 영향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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