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4 (일)

‘전쟁 2년’ 우크라 “병력도 화력도 모두 밀린다”…동부전선 궁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의 정수 시설에서 20일(현지시각) 연기가 치솟고 있다. 크라마토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실패한 채 겨울을 넘기면서 러시아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국면을 맞고 있다.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지면서 서방의 무기 지원이 줄어든데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열세도 심각해진 것이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쟁 상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동부 도네츠크주 중부의 주요 교전지인 아우디이우카를 둘러싼 전투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넘게 러시아군의 도시 점령 시도를 저지해왔으나, 지난 17일(현지시각) 포위 위험에 처하자 이 도시에서 철수했다.



러시아의 이 도시 점령은 지난해 5월 인근 도시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후 최대의 전과로 꼽힌다. 러시아는 전쟁 2년에 즈음한 상징적인 성과를 위해 이 도시 전투에 병력과 화력을 집중 투입했다.



이 도시는 2014년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본거지인 도네츠크시에서 약 2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여기서 철수하면서, 도네츠크주 동부 탈환 작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반면에 러시아군으로서는 도네츠크주 서부에 대한 공세 강화의 교두보를 확실히 마련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최근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포병의 포탄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아우디이우카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우디이우카가 그들의 통제에 들어가면서, 그들이 다른 도시를 새로 골라 습격을 시작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우디이우카 점령 이후 공세 강화를 다짐했다. 그는 20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한 회의에서 “아우디이우카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절대적인 성공”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공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아우디이우카 남쪽의 마리인카와 북쪽의 바흐무트 등 도네츠크주 3곳의 전선과 남부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해,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개전 초기 이후 가장 위태로운 처지로 몰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향후 전투 상황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최전선에 배치된 병사와 지휘관 20여명을 접촉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화력에서 모두 러시아군에 밀리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59보병여단 소속의 한 소대장은 “전쟁 초기 수천명이었던 군인 중 60~70% 정도만 남았다”며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나이 등을 이유로 제대했다”고 말했다.



이 여단 소속의 또 다른 지휘관은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 5~7개 그룹이 하루에 10회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방어 진지에서 하루 종일 공세에 맞서고 나면 병사들이 지쳐 떨어진다”며 “더 많은 탄약과 (망가진) 무기 교체 가능성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나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당장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력 부족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궁지로 몰린 가운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부르고 있는 전쟁이 대화를 통해 해결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숨진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다짐하고 있어, 대화의 가능성은 더욱 좁아졌다.



지난 2년 동안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피해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의 벨퍼 센터가 집계한 것을 보면, 지난 1월 초 현재 군 사상자는 러시아 쪽이 20만명, 우크라이나 쪽이 13만명 이상이다. 민간인 사망자는 우크라이나에서 1만58명, 러시아에서 12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터전을 잃고 타향살이를 하는 민간인은 우크라이나에서 960만명이며 이 가운데 590만명은 외국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전쟁 이후 경제적 이유 또는 정치적 이유로 80만명가량이 외국으로 떠났다. 벨퍼 센터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가 올해까지 누적 국내총생산(GDP)이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고, 전력 생산 능력도 40%나 주는 등 기반시설 붕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의 한 중대장은 “날씨가 눈, 비, 눈, 비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이런 날씨와 다를 바 없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