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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파업에 가려진 '의사달래기 특례법'... 환자 구제 더 어려워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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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보상책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최대 의료사고 병원·의사 형사책임 면제
환자 입증 책임 그대로... 소송 권리 위축
한국일보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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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 1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공정한 보상을 약속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여기엔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핵심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도입이다. 의사나 의료기관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면 소송을 당해도 형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하는 책임은 환자에게 있어 의료 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은 현저히 낮다. 아무리 성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입증 주체를 바꾸지 않고 보험 가입만으로 의사의 처벌을 제한한다면 피해자 권리는 더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환자 승소율 '1%'인데 책임 면제부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과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피해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형사소송을 할 수 없고,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할 경우 공소 대상에서도 아예 빠진다. 사실상 의사들이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셈이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의료소송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현행 의료 소송 구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료사고가 터졌을 때 의사에게 잘못이 있는지 밝히는 입증 책임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진료 기록에 접근하기 어렵고, 전문 지식도 부족한 탓에 환자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일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주요 내용. 그래픽=신동준 기자


2015년 8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딸을 잃은 이진기(60)씨는 5년 소송 끝에 결국 패소했다. 이씨는 "딸이 진통제를 맞은 후 발작 증상을 보이더니 응급실을 찾은 지 3시간 만에 상태가 나빠져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비까지 들여 당시 응급실에서 찍었던 컴퓨터단층촬영(CT)을 다섯 군데 넘는 의료기관에서 감정했지만 설명이 다 달라 병원 측 과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대법원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의료과오로 처리한 855건의 사건 중 원고가 승소한 경우는 단 1%(9건)였다. 의료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원고일부 승소'까지 포함해도 27%(233건)에 그쳤다.

"의료사고 입증 책임 주체부터 바꿔야"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격인 소송 구조는 내버려 두고, 의사의 면책 범위만 넓히면 재판청구권 등 환자의 피해구제 권리는 더 쪼그라들게 된다. 전문가나 환자들도 이 지점을 비판한다. 의사의 형사책임 문제를 건드리려면 먼저 사고 입증 주체부터 바꾸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회 부의장인 신현호 변호사는 "특례법은 의사라는 특정 직군에만 적용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의사가 과실을 입증하게 해 민사소송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가능해진 다음, 형사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특례법 도입은 입증 책임 전환 규정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망사고와 미용·성형 의료사고 등에도 특례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도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를 비롯한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사고의 불가피성이나 입증 책임은 의사와 환자 간 첨예한 갈등 문제"라며 "현재로선 환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세부 내용은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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