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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반도체가 이끈 ‘닛케이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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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본 증시가 버블(거품)이 정점이던 1989년 12월의 종전 최고치(3만8915엔)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의 탈(脫) 중국 전략이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발(發) AI(인공지능)용 반도체 훈풍에 힘입어 일본 대형 반도체주는 최근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스크린홀딩스 주가가 289% 올랐고, 어드반테스트(181%), 도쿄일렉트론(146%), 레이저텍(88%) 등도 크게 오르며 일본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반도체 첨단 장비는 미국에, 구형 장비는 중국에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의 제재에 맞서 활로를 찾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일본 기업들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중 갈등으로 투자 위험이 커진 중국에서 돈을 빼 일본으로 옮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인은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발(發) 위기설이 점화된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중국 주식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중국을 이탈한 자금 규모만 총 2010억위안(약 37조원)에 달한다.

반면 일본 증시로는 외국인 투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은 일본 주식 3조1215억엔(약 27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외국인은 지난 1월에만 일본 주식을 무려 2조693억엔어치 순매수했다.

엔저(低) 현상은 외국인들이 싸게 일본 주식을 살 계기가 됐다. 현재 1달러당 엔화 환율은 150엔을 웃돌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이 낮아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일본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속해 엔화 가치가 유독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엔저를 발판 삼아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내수 기업도 활력을 찾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4분기 결산을 발표한 일본 상장사 207곳 중 58.5%인 121사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 가운데,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일본 정부와 금융 당국의 주주 친화 정책이 겹치면서 일본 증시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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