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공천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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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48일 앞둔 22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공천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공천을 받는 반면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하위 20% 통보를 받는 등 줄줄이 탈락 위기에 처하거나, 공천 경쟁에서조차 배제되면서 ‘비명계 학살’ 비판이 제기된다.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평가 과정은 불투명하고, 결과는 비상식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원칙 없는 잣대 적용도 이재명 대표 ‘사천’이란 비판을 키우고 있다.
친명계 인사들은 속속 공천을 받고 있다.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이날 발표한 5차 공천 후보자 심사 결과에서 당 지도부에 속하는 안규백 의원(4선)과 박찬대 의원(재선)이 각각 서울 동대문갑과 인천 연수구갑에 단수 공천됐다. 서울 동대문을도 장경태 의원(현역·초선)을 단수 공천하기로 했다. 원외 인사 중에서는 친명계 인사 남영희 전 지역위원장이 인천 동구미추홀을, 황명선 전 논산시장이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앞서 박균택·조상호·임윤태 등 이재명 대표 연루 사건 법률 지원을 맡은 변호인들도 대거 경선 자격을 획득해 현역과 경쟁한다.
비명계의 사정은 다르다. 이날까지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통보를 공개한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시작으로 박용진, 윤영찬, 송갑석, 박영순, 김한정 의원 등이 공관위로부터 20% 하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하위 20%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명단에 오른 의원과 의원실이 모두 이를 부인하면서 공개 반발로 이어지진 않았다. 31명의 하위 20% 통보 의원 중 절대다수가 비명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의원이 절대다수인 민주당 의원 구성 비율만 봐도 이 같은 결과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통보에는 국회의정대상을 받는 등 정량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의원이 포함되면서 불공정 시비가 커졌다. 대표적으로 박용진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은 의정 평가 기간 기준 80건으로, 상임위 출석률은 95%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발의한 법안은 6건, 상임위 출석률은 35%다. 하위 20%에 포함된 송갑석 의원은 전날 “이재명 대표 1급 포상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는 국회의정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의원은 정성평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 박 의원은 “정량평가에서 하위권이 아닌 대상을 정성평가와 다면평가를 통해 하위권으로 조정하고자 한다면 시스템의 체계적 해킹”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하위 평가를 받은 의원들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들이란 점도 의혹을 키운다.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의원 6명 중 김영주 부의장을 제외한 5명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공유한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중 절반(박용진·송갑석·윤영찬)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수박’이라고 공격하는 이들이다.
불투명한 시스템도 문제다. 당은 박 의원과 김한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들이 요청한 평가 근거와 세부 내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실제 의원 평가를 누가 했는지, 무슨 근거로 낮은 점수를 줬는지는 알 수가 없다. 김영주 부의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문학살’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면 하위 20%에 대한 정성평가를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주했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도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7~18일 홍영표·이인영·송갑석 등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친명계 원외 후보나 이 대표 영입 인사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해당 여론조사 업체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의 용역을 수행한 업체라는 보도가 나왔고 당은 “2013년 한 차례 성남시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낸 악의적 보도”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그간 여론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당에서 하는 게 아니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여론조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상적 조사업무”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무원칙한 잣대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탄생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공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윤 대통령 당선에 ‘일등 공신’으로 평가되는 추미애 전 장관을 전략공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을 공천배제(컷오프)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노 의원은 “금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닌데 혼자만 전략지역으로 한다는 것은 명백히 고무줄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이 대표가 말하는 혁신과 희생은 왜 비명계만을 대상으로 하느냐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재 진행되는 이재명 대표의 혁신은 ‘비명의 가죽’을 벗겨서,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최 소장은 “원래 혁신이란 ‘자신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며 “그래서 언제나 주류의 희생과 헌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며 “공천 갈등이 계속되면 당도 문제이지만 (이 대표) 본인이 제일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이번 총선에서 100석도 얻지 못하고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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