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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직장인보다 소득 6배’ 그래도 존경심 표했던 국민들…이번은 의사가 양보할 때다 [송성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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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아들 보다는 의사사위가 좋다”

한때 이런 말이 있었다. 의사가 존경받고 소득도 높은 직업이지만 자기 자식한테 시키기엔 너무 고생스럽다는 복잡한 심경이 담겼다. 공부 잘한다고 의대만 가진 않았던 시절 얘기다.

지금은 다르다. 서울대 공대와 비명문대 의대를 놓고 고민하는 자녀 앞에서 요즘 강남 엄마들은 무조건 의대다.

매일경제

지난 21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환자 대기 시간이 안내되고 있는 모습. 이날은 필수 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 이틀째가 되는 날이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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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하다. 전문의만 되면 일반 월급생활자들보다 5~6배, 변호사나 회계사보다도 평균 2배 가량 소득이 많다. 고소득을 이처럼 안정적으로 정년도 없이 오래도록 누릴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 됐다. 일부 필수의료 분야를 빼면 노동강도가 높지않은 분야도 꽤 있다. 잘만 찾으면 돈과 명예, 웰빙 모두 보장된다. 여기에 의사 수까지 정부에서 묶어놨으니 치열한 경쟁도 필요없다. 경제학에선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로 설명한다. 수요증가에 맞춰 공급을 늘려줬다면 없었을 이익(rent)이다.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시장원리에 맡기지 않고 개입해 만들어줬다. 그만큼 사회전체적으로는 ‘자중손실(dead wejght loss)’이라는 후생감소가 발생한다. 이를 감수하고 정부가 면허를 통해 의사공급을 제한한 것이다. 변호사도 그렇고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독과점 이익을 통해 의사들이 고수익을 가져가도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생명을 다루는 귀한 직업에 대한 존경이고, 소명의식을 가진 의사들의 헌신에 대한 응원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서비스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법률, 회계, 의료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정부는 변호사와 회계사 합격자 수를 크게 확대했다. 물론 반발은 있었지만 변호사나 회계사 그 누구도 파업은 없었다.

의료계는 달랐다. 무풍지대다. 의대정원을 27년째 단 한명도 못 늘렸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는 의약분업과정에서 정원 351명을 줄였다. 그 상태로 20여년을 보내면서 의료계에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감원으로 줄어든 의사수만 누적기준으로 7000여명에 육박했다. 돈되는 피부과나 성형분야로 빠져나가는 의사가 늘면서 필수 의료분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서울 시내 빅5 병원 간호사마저 의사가 없어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턴, 레지던트 같은 수련의들은 상상할 수 없는 당직일정을 소화해가면서 병원에서 근무한다. 나아지긴커녕 갈수록 공급부족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료현장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수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줄여야한다는 의사도 있다. 인구감소로 의료수요는 줄고, 고령화로 의사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의료수요가 줄어들까. 인구감소를 내세우는데 서비스수요를 머릿수로 계산하진 않는다. 의료서비스 이용량으로 봐야한다. 10년 전에는 없던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생겼듯이 의료서비스는 소득증가와 함께 갈수록 늘어난다.

그렇다면 의사 공급은 증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의사수 자체는 늘더라도 고령화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는 줄 것이다. 지금은 6% 수준인 70세이상 의사 비중이 10년뒤엔 20%에 육박할 정도다.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가 늘면서 날씨만 궂으면 택시잡기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요즘 젊은 의사들은 선배들처럼 밤낮없이 근무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응급실을 70세이상 의사로 채울건 아니지않나.

의료계 내부주장을 보면 귀담아들을 내용도 있지만 집단사고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때도 많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외칠수록 고립시킬 뿐이다.

일찌감치 고향으로 내려간 의사 친구와 최근 사태를 얘기해봤다. 종합병원 내과의사인 그는 “10년뒤 현업에서 은퇴할때면 나를 진료해줄 의사를 이 지역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은 의사가 한발 양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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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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