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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듄친자’들의 아이맥스관 쟁탈전… 더 광대한 우주 세계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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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베일 벗는 ‘듄: 파트2′ 28일 개봉

‘듄’은 광대한 우주와 억겁의 시간 앞에서 인간을 한없이 작은 미물처럼 비추는 보기 드문 스케일의 영화다. 시간적 배경은 무려 1만191년. 반(反)기계 운동이 벌어져 인공지능이 모두 파괴된 이후, 황폐화된 사막 행성에서 벌어지는 우주 제국의 전쟁을 그린다. 행성의 작은 동식물에서부터 우주 끝까지 뻗어나가는 무한한 상상력에 매혹된 이들은 일명 ‘듄친자’(듄에 미친 자)가 됐다.

2021년 파트1 개봉 후 국내에서 ‘듄친자들’이라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SF 영화 ‘듄: 파트2′(28일 개봉)가 베일을 벗었다. 개봉 3주 전인 7일 용산 아이맥스관 예매를 오픈하자마자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예매 전쟁이 벌어지고 사전 판매량 15만장을 돌파하는 등 듄친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이 듄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곳곳에 치명적인 위험을 숨기고 있으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막의 비주얼이다. 1편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테 샬라메)의 가문이 황제의 명으로 이주한 행성 ‘아라키스’는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막 행성. 드니 빌뇌브 감독은 1편에 이어 이번에도 자연의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의 풍경을 황홀하게 담아냈다.

조선일보

'듄: 파트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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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고요하고 우아한 전주곡이었다면 2편은 장엄하고 역동적인 교향곡이다.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당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최대 길이 400m, 용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는 모래 벌레에 올라타 질주하는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관이다. 거친 환경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막 전사들인 프레멘의 액션도 날렵하고 통쾌하다.

주무대였던 사막 행성뿐 아니라 황제와 악당 하코넨 가문의 행성까지 세계관도 더 확장됐다. ‘듄’의 매력은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미래를 그리면서도,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1965)의 저자인 프랭크 허버트가 6년에 걸친 조사 끝에 방대한 인류의 역사와 자연의 생태계에서 따온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코넨 가문의 잔인한 검투사 경기는 부패한 로마 제국을, 우주여행에 필요한 원료 ‘스파이스’ 채굴권을 둘러싼 충돌은 향신료나 석유를 놓고 벌어진 이권 다툼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은 미래의 우주를 통해 거듭 반복되는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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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인성


거대한 세계를 그리면서도 모래 먼지 하나 놓치지 않는 빌뇌브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감독은 특수 효과 대신 최대한 실사 촬영을 고집해 원하는 모양의 사구를 찾아 전 세계의 사막을 누비고, 잠자리 모양의 비행기 ‘오니솝터’ 등 소설 속에 등장한 기계들도 실제로 구현했다. 이는 감독이 원조 ‘듄친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14세에 처음 원작 소설을 접한 뒤부터, 졸업 반지에 캐릭터 이름을 새길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또 한 명의 듄친자인 한스 치머의 자연과 우주의 소리를 닮은 몽환적인 음악도 관객의 혼을 쏙 빼놓으며 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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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파트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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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선 짧게 다뤄졌던 사막 부족의 전사 챠니(젠데이아)와 폴의 관계도 깊어진다. 21일 한국을 찾은 빌뇌브 감독은 “원작을 읽고 처음 제 마음을 움직였던 건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온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젠데이아는 이 장대한 서사의 새로운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만큼 거친 액션과 강렬한 눈빛을 보여준다. 삭발한 머리에 눈썹을 밀어버린 채 섬뜩한 모습으로 등장한 악당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와 그를 유혹하는 레이디 마고(레아 세이두), 황제의 딸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 등 2편에 새로 합류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몰랐던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듄을 단순한 SF 액션 영화 이상으로 만드는 건 작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다.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은 주인공 폴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우주 전쟁이 벌어진다. 예지력을 갖게 된 폴이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 서사를 기대했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살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와 맹목적인 숭배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우주에서 동시에 보내는 가장 현대적인 경고인 셈이다.

☞듄(Dune)

전 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팔리며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1965).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화에 도전해 2021년 파트1을 시작으로 총 3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듄(Dune)’은 모래 언덕이라는 뜻으로 영화의 주무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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