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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사설] ‘바이든-날리면’ 중징계한 방심위, 권력감시 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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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전한 문화방송(MBC) 뉴스의 한 장면.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한 것이며, 미 대통령이나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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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등 4개 방송사에 법정 제재를 내렸다. 특히 문화방송은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았다. 반면 한국방송(KBS) 등 5개 방송사는 사과 방송 등 후속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처분에 그쳤다. 권력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방송사들에 ‘보복 심의’를 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정치권력의 ‘청부심의기관’이란 비아냥을 듣는 것 아닌가.

방심위는 지난 2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9개 방송사의 의견을 들은 뒤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비속어 논란은 2022년 9월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내용이다. 문화방송의 첫 보도 뒤 거의 대부분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어떤 해명도 없이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라며 문화방송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소위 회의에서 여권 위원들은 대통령이 참모와 주고받은 사적인 발언이 보도 가치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보인 부주의한 언행이 언론의 감시 대상이 아니면 뭔가. 더욱이 ‘비속어 논란’을 키운 것은 대통령실의 어설픈 대응이다. 언론사들의 사실확인 요청을 받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는 억지 해명을 내놓은 게 누구인가.

방심위는 외교부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을 이날 심의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그동안 방심위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심의를 보류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을 두고는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권 위원들만 참석해 징계를 밀어붙인 것도 합의제 기구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방심위 여권 위원들은 의견 진술을 하러 나온 방송사 관계자들 앞에서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오죽하면 ‘잡도리’라는 말이 다 나오겠는가. 이런 일련의 과정이 권력감시 보도의 위축을 가져오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방심위는 정녕 권력에 굴종하는 언론만 남은 사회를 원하는가.

※ 위 사설의 네번째 단락에 ‘그동안 방심위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은 심의를 하지 않아왔다’고 썼으나,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심의·의결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수정했습니다.(수정 일시 : 2024년 2월24일 낮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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