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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위암 환자 수술 연이어 연기…“환자 생명 담보로 파업” 분통 [의료대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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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거점병원 스케치

진료대기 평소 2배…진료 거부당해 실랑이 벌이기도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21일 전국 주요 거점병원은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과 다름없었다. 평소 예진업무를 맡았던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교수(전문의)들이 예진부터 본진료, 처방까지 대부분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시간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래환자 진료와 중증·응급수술이 연기되거나 일부 입원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세계일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를 감싸안고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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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에서는 22일 예정돼 있던 위암 환자의 수술 일정이 23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또다시 26일로 연기됐다. 환자 보호자는 “특혜를 받는 의사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만성·중증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충북 충주에 사는 60대 여성 강모씨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정기적으로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진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라며 “급할 때 진료받으려고 보건소와 대학병원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해 놓았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만난 3세 심장병 환자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심장을 이식받은 초응급 환자인데 전공의가 없어 진료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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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구급차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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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에서는 진료를 거부당한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였고, 병원을 전전하는 ‘뺑뺑이’에 지친 환자들은 병원 앞에서 마냥 기다리면서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중증질환 환자들은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병원 밖으로 이탈한 전공의들은 조속히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의료 공백으로 인해 희생양이 되는 환자가 생길까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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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틀째인 21일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전광판에 각 과별 진료 접수 마감 안내가 뜨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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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업무 미복귀가 장기화할 경우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번아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 교수들이 소위 ‘인턴잡’으로 불리는 콧줄끼우기를 하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파업 결정 직후 병원마다 교수진 당직표를 작성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장기화 시 유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거론되는 간호사들 업무도 가중되고 있다. 응급실 당직을 섰다는 대구지역 한 병원 간호사는 “의사가 하던 일까지 대신하면서 업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며 “수술을 연기하고 진료를 줄이면서 버티고 있지만, 환자들로부터 항의까지 받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이정한·윤솔·정진수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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