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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의대 정원 확대

"의대망국병 벗어나려면 의대정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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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모집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의과대학에 중복 합격해 이탈한 것이다. 의대가 최상위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망국병'을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로학원은 21일 서울대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고 알렸다. 자연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에 해당한다. 721명을 선발했던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하면 인원수로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고 미등록률도 작년(12.2%)보다 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반면 인문계열은 434명 모집에 35명만 등록을 포기해 미등록률(8.1%)이 작년(14.4%)보다 줄어들었다.

서울대 자연계열 학과 중 미등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약학계열 일반전형으로 63.6%를 기록했다. 이 밖에 미등록률이 50%가 넘는 학과는 의류학과 일반전형(58.3%), 간호대학 일반전형(55.6%), 지구과학교육과 일반전형(50.0%) 등 5개에 달했다. 지난해 미등록률이 50%를 넘은 학과가 한 곳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컴퓨터공학부(33.3%) 같은 인기과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빠져나갔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도 대기업 계약학과, 컴퓨터과학과 등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를 중심으로 합격자 이탈이 두드러졌다. 연세대 자연계열 정시 합격자 미등록률은 63.2%로 지난해(47.5%)보다 눈에 띄게 늘어 서울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는 자연계열 미등록률이 지난해 34.6%에서 올해 29.8%로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부터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등 입시 전형에 변화가 있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계약학과에서 미등록률이 높아지는 등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서울대를 포함해 연세대, 고려대까지 3개 대학 자연계열의 미등록 인원은 총 856명으로 작년(697명)보다 1.2배 늘었다. 인문계열 미등록 인원은 494명으로, 작년(553명)보다 줄었다. 학원가에서는 앞으로 상위 3개 대학조차 정시 모집에서 정원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의대 쏠림 현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단기 전망과 장기 전망이 정확히 반대다. 연세대 공과대학장을 맡았던 명재민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미등록률이 높아지면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합격선이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키워야 하는데 인재 수준 하락은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다만 이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이 '의대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금 의대를 향한 열망은 인재 배분을 왜곡해 그 결과 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이라면 과도한 쏠림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해당 직종의 매력이 낮아져야 정상이다. 의사 시장은 정원이 제한돼 있어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면 특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의대 입시 경쟁이 과열되고 최상위권 인재는 적성과 무관하게 점수에 맞춰 무조건 의대를 지원하는 현상이 생겨난다.

한 학원 관계자는 "직업 전망에 가장 민감한 분야가 입시"라며 "의사 수가 늘어 기대수익이 줄면 의대 커트라인이 낮아지고 일부 자연계열 학과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아지면 최상위 인재는 자연계열로 옮겨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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