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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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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신·구 국민연금 분리’ 제안…“부족분 600조원 재정으로 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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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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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가 낸 돈에 수익을 얹어서 돌려받는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연금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분리·운용하자는 것인데, 기존 ‘구연금’ 부족분은 재정을 투입해 현재 세대가 직접 해결하고, 미래 세대는 연령별 공동계좌를 운영해 세대 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방식의 구연금은 연금재정 부족분(609조원)을 빠른 시점에 일반 재정(국채발행, 세수확보, 지출 구조조정 등)을 투입해 털어내자는 제안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펴낸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서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의 연금 급여를 기금 고갈 우려 없이 지급하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금은 보험료로 기금을 조성해 지급하는 ‘적립식’과 뒷세대가 낸 보험료로 앞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나뉜다.

국민연금은 애초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부분적립식‘으로 설계됐다. 미래 세대가 앞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급격히 줄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예상보다 당겨졌고,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크게 뛸 수 있어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케이디아이는 현행 보험료율(9%)을 그대로 유지하면 2030년에, 보험료율을 18%로 올려도 2080년이면 적립기금이 소진된다고 봤다. 연금개혁을 하지 않은 채 30년 뒤에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연금개혁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미래세대가 높은 보험료 또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했다. 이에 케이디아이가 이번에 ‘신연금 방식’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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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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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제안한 방안에 따르면, 새로 적립되는 신연금 개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전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신연금 기금으로 투입된다. 신연금은, 현행 확정급여형(DB)과 달리 확정기여형(DC)이다. 즉 연금수령액이 미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금을 받는 시점에서 내가 낸 돈과 운용수익 등을 고려해 연금급여액이 정해진다. 대신 소득재분배 등 공적연금 역할을 위해 개인 계좌가 아닌 동일연령군 계좌를 쓴다. 예를들어 2000년생이 납부한 보험료는 모두 2000년생 가상계좌에 적립·투자된다. ‘세대 간 재분배’를 ‘세대 내 재분배’로 바꾸는 것이다.

기존 구연금 부족분은 일반재정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세대가 세금을 들여 부담하자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구연금의 재정 부족분은 2024년 현재가치로 609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개혁이 5년 늦어지면 재정부담은 260조원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개혁안의 수용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들이 보험료율 인상을 받아들게 하려면 ‘당신들이 낸 돈은 기존 세대 연금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서 나중에 제대로 다 돌려받게 된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디아이는 “신연금은 보험료율을 15.5%로 설계하면 ‘소득대체율 40%’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케이디아이가 이번에 제안한 완전적립식의 신연금은 ‘기대수익비’를 ‘1’ 안팎으로 보장하는 방식이다. 기대수익비는 연금가입자가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해당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의 기대 운용수익을 합산한 금액보다 많으면 1보다 커지는데, 구연금은 이것이 1 이상으로 설계돼 있다. 물론 자산시장 상황에 따라 기금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낸다면 신연금의 경우 미래 가치를 고려할 때 납부한 보험료만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디아이의 제안대로 연금을 개혁하면 소득보장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는 이미 국제적으로는 실폐한 연금제도로 평가 받는다”며 “확정기여형으로 연금제도를 전환했던 남미·중앙아시아 국가들 모두 투자수익률이 낮아 수급액이 개선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동일연령군 계좌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그동안 우리 경험상 10년에 한번씩 경제위기를 겪는데, 특정 세대가 연금을 수령할 때 자산가치가 폭락하면 그 세대는 수급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개혁 이후 수지균형을 달성하고, 미래 인구·경제 변수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안정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노인빈곤이 광범위하고 노후불안이 큰 한국사회에서 확정기여형은 연금제도 신뢰에 부정적일 수 있다. 신연금을 ‘수지균형 확정급여형’으로 설계한 뒤 이후 인구·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주기적 개혁으로 미세 조정하고, 불가피한 차이가 발생하면 일반재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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