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앞. 산모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진료 대기 시간이 100분대로 길어졌다. /사진=김미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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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확답을 못 드려요. 전공의, 전임의분들이 검사를 담당하시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이 지금 파업 중이셔서요."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수술 상담실에서 병원 관계자가 난감한 통화를 이어갔다. 그는 수화기 너머 산모에게 "이상 소견이 있어도 진료를 못 보는 상태다. 검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까지 일정을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안내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전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에서도 전공의 인력이 빠지며 산모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찾은 산모들은 걱정을 털어놨다. 이날 남편과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산모는 "4월 출산 예정인데 혹시 수술이 미뤄질까 불안해서 오늘 물어보려고 왔다"며 "다행히 제왕절개 수술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자연분만은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초음파검사 등을 담당하는 전공의가 사라진 데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5월 초 출산을 앞둔 김모씨(31)는 "내일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 진료를 앞두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연락이 왔다"며 "다만 원래 초음파를 전공의 선생님들이 봐주시는데 이번에는 누가 초음파를 봐줄지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도 오전 10시~낮 12시 사이 진료 대기 시간이 100분대로 길어졌다. 당초 예약 시간보다 진료가 두 시간가량 미뤄지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던 30대 산모는 "전공의 파업으로 영향이 있을까 걱정하며 왔다. 외래를 받아봐야 상황을 알 것 같은데…"라며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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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몸 이끌고 개인병원 찾는 산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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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 산모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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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제출이 본격 시작된 지난 19일 맘카페, 임신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진료에 차질을 겪었다는 산모들 사례가 알려졌다.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다닌다는 38주차 산모는 "지난주 검사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병원에서 전공의 파업 때문에 마취과 의사가 부족해 수술 일정을 잡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받았다"며 "응급이 아니면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자연분만 때 무통주사를 못 맞는다는 통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왕절개를 고민한다는 산모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연분만이 예정됐던 한 산모는 "무통주사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무통주사 없이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통주사 등을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족을 겪고 있다. 빅5 대학병원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과 인력이 워낙 부족한 데다가 전공의 파업까지 겹치면 자연분만 시 무통주사를 놓을 인력이 없어 제공하기 어렵다고 환자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병원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지역의 2차 병원을 알아보겠다는 산모도 나타났다. 난임을 겪어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았다는 34주차 산모는 "파업이 걱정돼 대학병원에서 차트 기록지 가져오려고 한다"며 "개인병원도 34주차 산모를 받아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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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71% 사직서 제출…개정 의료법 '면허 취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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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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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를 기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 71% 수준인 8816명의 사직서가 제출된 상태다.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를 이탈한 소속 전공의는 전체의 약 63%인 7813명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총 6228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법적인 고소·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판에 넘겨져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지난해 11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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