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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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공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일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과 윤영찬 의원(초선·경기 성남중원)이 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해당한다고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공개 반발했다. 전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에 이어, 의정활동 평가에서 경선 불이익을 받게 된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어제 통보받았다”고 공개했다. 박 의원은 “저는 단 한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며, “오늘의 이 과하지욕(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디겠다. (경선에 참여해)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했다. 그는 재심을 신청했다. 박 의원 지역구는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봉주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윤영찬 의원도 이날 오후,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성적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밀실·사천·저격 공천과 배제의 정치는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며, 윤석열 정권에 총선 승리를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윤 의원 또한 당에 남아 경선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지역구 경기 성남중원은 ‘성희롱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현근택 변호사에 이어 친명계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박 의원과 윤 의원은 모두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박 의원은 2022년 8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이재명 사당화’를 공개 비판했고, 당시 이 대표는 “박용진 후보도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도 당내 그룹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하면서 이재명 체제와 각을 세워왔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9일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31명)에게 개별 통보를 시작한 직후, 반발은 즉각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하위 2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의원은 “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서 진행한 의정활동 평가 결과는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위 10%는 득표의 30%를, 하위 10~20%는 득표의 20%를 감산한다. 하위 10%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서 양자 경선을 치른다고 가정했을 때 60% 넘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야 하므로, 의원들은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로 받아들인다.
당사자들은 의정활동 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의심한다. 의정활동 평가는 입법 수행실적, 의원총회 출석률과 같은 정량평가뿐 아니라, 의정활동을 자체 평가해 제출하는 정성평가도 포함한다. 윤영찬 의원은 “정량평가라는 부분에서 의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 결국 정성평가에서 모든 게 결정됐을 텐데, 정성평가가 어떻게 나왔는지 공개해야 된다”고 했다. 특히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하고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을 밝혀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온 박 의원이 ‘하위 10%’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당 안팎에서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게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포함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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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부는 들끓고 있다. 지난 주말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 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명계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들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측근 몇몇이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밀실 공천’ 논란이 커졌다. 또한 ‘하위 20% 명단’이라는 출처 불명의 글이 에스엔에스(SNS)에 돌면서 며칠째 뒤숭숭하던 차에, ‘비명계 찍어내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위기다.
이날 홍영표·전해철·송갑석·박영순 의원 등 친문계는 국회 홍영표 의원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홍 의원은 “당내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 모아진 의견을 내일(2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집단 탈당 움직임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으나, 친명계와 비명계가 대립하는 격전지 공천 심사 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하위 20%’ 통보가 오는 23일까지 진행될 거라 파열음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일 열리는 의총에서 충돌이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임혁백 공관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전국을 휘저으면서 배지(현역 의원)를 빼고 여론조사를 돌리는데, 제대로 된 공관위원장이라면 당대표한테 이 여론조사를 누가 시켰는지 밝히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대표는 총선 승리가 목적이 아니고 당권 장악이 목표라는 시각이 많다. 심각해지면 대거 탈당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하위 평가자들의 불만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사당화’ 논란에 대해 기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 생각해달라”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됐다’는 질문에는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된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사실관계와 다른 보도나 지라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모았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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