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안보 위기 고조
나토 동맹 확대는 폴란드 안전에 큰 도움
나토 정식 회원국 지위 확보에 혈안이 된 스웨덴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이자 러시아의 끊임없는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가 내놓은 경고 메시지다. 대상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혼자서 막고 있는 헝가리다.
1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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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끈 것은 투스크 총리의 한결 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는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나토 회원국이 다른 국가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는다면 이는 실수가 될 것”이라며 “폴란드 정부와 나는 이 문제에서 스웨덴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헝가리를 향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신속히 비준하라고 외교적 압력을 행사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이웃나라 핀란드와 더불어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부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해 2023년 4월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반면 스웨덴은 나토 31개 회원국 중 헝가리의 동의를 얻지 못해 여전히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회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심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 “봄이 되어 새 회기를 맞아 의회가 소집되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의 발언 내용대로 3월에 의회 본회의가 열려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 헝가리는 나토 31개 회원국 중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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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스웨덴을 도와 헝가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폴란드가 처한 안보 위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왔다. 전란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들을 제일 많이 수용한 나라 역시 폴란드다. 여기엔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쓰러지면 러시아의 다음 먹잇감은 폴란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 지원해 온 서방 국가들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가 아예 끊길 판이다.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요즘 부쩍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무너지고 러시아가 득세하는 경우 푸틴은 폴란드 침공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2023년 12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 영공을 통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폴란드 정부에 비상이 걸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미국도 사태를 주시하며 “폴란드와 연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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