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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2000년 의약분업 때... '파업 의사 유죄' 사건 공판검사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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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쓰는 전가의 보도 '의료법 59조']
의사 업무거부·파업시 업무개시명령 규정
대법원도 정부 권한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이재명 대표는 의약분업 사건 변호인 활동
한국일보

14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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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국민 생명을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계획에 반발한 의사 단체들이 파업·단체사직 등 집단행동을 시사하자, 정부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등 일선 의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에도 정부가 이런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병원을 나간 의사들을 '단 한 번의 연락'으로 다시 병원에 복귀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의 지도·명령권을 규정한 의료법 제59조다. 의료법 59조는 1항에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병원이나 의사에게 지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전제하며, 2항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으로 휴·폐업하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업자(병의원)가 영업시간을 정할 자율권와 노동자(월급의사)가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항이다.

'국민 건강'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가 걸려있기에, 법원 역시나 정부의 지도·명령권과 관련한 재량권을 꽤나 폭넓게 해석해 주는 편이다. 대법원은 2016년 1월 결막 미백수술을 중단시킨 정부 처분에 불복한 안과의사 A씨 사건에서, A씨에게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등을 종합하면, 어떠한 요건에 따라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은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진료를 하지 않고 병원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당한 사례도 있었다. 의사단체와 정부가 정면 충돌한 2000년 의약분업(진료·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는 제도) 사태 때다. 당시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반대해 5차례 집단 휴업을 강행했고, 결국 검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2000년 7월 김재정 의사협회 회장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거부 등 혐의로 구속했고, 총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의 공판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이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함께 기소된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의 1심 변호인은 당시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2심도 "원고들의 행위로 국민들은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5년 9월 김 전 회장 등에 대해 유죄(징역 집행유예)를 확정했고, 이에 따라 의사 면허도 박탈됐다. 이들은 "수사 단계에서 다른 혐의가 추가돼 금고형 이상이 선고된 것일 뿐"이라며 의사 면허를 살리기 위한 행정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다만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의사들의 결사권이나 단체행동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도 업무개시 등 명령의 조건으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나 '환자 진료의 막대한 지장' 등 조건을 달고 있다. 정부가 국민 건강권 수호 차원을 넘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제하는 목적을 위주로 이 권한을 활용한다면, 법원이나 헌재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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