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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측근도 나토를 돈으로 본다…“돈 적게 내면 집단안보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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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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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미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집단안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돈을 제대로 안 내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과 궤를 같이 하며, 동맹 관계를 ‘돈’으로 재설정하겠다는 그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고문인 키스 켈로그는 13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2%에 미치지 않는 회원국은 나토헌장 제5조에 따른 집단안보 대상에서 배제하는 안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켈로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정책 고문으로 불린다.



나토헌장 제5조는 회원국 하나에 대한 공격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으로, 나토 군사동맹의 성격을 핵심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집단안보 대상에서 배제되면 나토 회원국이라는 의미를 사실상 잃게 된다.



켈로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내년 6월에 이런 내용을 비롯해 나토의 미래를 논의할 회의 소집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안보 대상 배제라는 아이디어는 “동맹의 일원이 되려면 동맹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나토헌장 제5조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이제는 각 회원국이 방어 능력을 유지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제3조 내용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1개 회원국 전체에 안전 보장 수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차등을 둔다는 자신의 구상에 대해 ‘계층적 동맹’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기준을 못 맞추는 회원국에는 연합훈련이나 공통 군사장비 접근 제한 등의 제재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회원국들은 나토에서 자유롭게 탈퇴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켈로그는 이런 제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그와 자주 논의를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재임 때 “우리가 돈을 안 냈는데 러시아가 공격한다면 우리를 보호해주겠냐”는 나토 회원국 정상의 질문에 “보호해주지 않겠다. 사실 나는 러시아가 원하면 무엇이든 하라고 독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나토헌장을 부정할 뿐 아니라 러시아에 나토 회원국 공격을 부추기겠다는 말이어서 유럽 쪽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켈로그가 동맹에 대한 ‘경제적 기여’의 기준점으로 제시한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2% 지출은 나토헌장에 규정돼 있지는 않다. 이 비율은 2006년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추진하기로 처음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방위비 지출이 축소되는 국가들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2014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다시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31개 나토 회원국들 중 폴란드·미국·그리스·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핀란드·루마니아·헝가리·라트비아·영국·슬로바키아 11개국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 이들 중 핀란드·루마니아·헝가리·슬로바키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듬해인 지난해에 이 기준을 넘어섰다. 러시아와 접경한 국가들은 대부분 기준을 충족한다. 40여개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계속 벌이는 미국의 이 비율은 지난해 3.5%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집단안보 영역 밖으로 퇴출시키겠다는 주장은 일부 유럽 국가들로서는 가혹하다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나온 켈로그의 계획은 75년 된 나토 동맹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다. 게다가 선거 등 정치적 필요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에 호소하려고 ‘동맹 흔들기’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는 집권 때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의 4%까지 방위비로 써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2% 기준’을 못 맞추는 유럽 회원국들은 미국에 빚을 지고 있다고 왜곡된 주장을 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나토에 대한 회의론을 키웠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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