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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전공의협의회장 "의대 증원 백지화하라"…파업 언급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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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13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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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2천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3일) 저녁 박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는 국가의 노예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박 회장은 "정말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 하에 의사 인력을 추계해야 하고 이를 담당할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업무개시 명령, 면허 취소를 언급하며 젊은 세대를 위협하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헌신과 희생, 통제와 압박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습니다.

또 박 회장은 "정부는 부디 우리의 분노와 좌절을 외면하지 말라"며 "정부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금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본질을 외면한 허울뿐인 의료 정책을 중단하고 젊은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의료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입장문에서 박 회장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박 회장이 발표한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 단 입니다.

최근 정부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1만 5천여 명의 전공의들의 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한 2023년 9월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에 성실하게 참석하며 전공의의 입장을 피력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수합하여 언론에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이유로 2020년 전공의 단체 행동이 있었습니다. 단체 행동과 의료 대란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설 연휴 직전인 2월 6일 의대 증원을 발표를 강행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정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파업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면 너무 지나친 발상일까요.

전일 100여 명의 수련 병원 대표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 병원 전공의들의 분위기도 서로 공유하였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일선 의료 현장을 외면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수준의 개인정보 수집을 당당하게 언급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을 내려 통제하면 된다는 식의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보건복지부 장·차관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제안합니다. 전공의는 국가의 노예가 아닙니다.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환자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전공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시길 바랍니다.

전문의 인력 기준과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마련하고 전공의 근로 시간 단축 및 수련 비용 지원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여 젊은 의사들이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을 소신껏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정말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하에 의사 인력을 추계해야 하며 이를 담당할 기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 인력의 증원과 감원을 동시에 논해야 합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해왔습니다.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고 값싼 인력인 전공의와 진료지원인력(PA)으로 대체하고 있는 병원의 행태를 눈감아주고 있습니다. 조선대병원 전공의 폭력 사건과 같은 일이 매년 불거져 나옴에도 정부는 이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체계는 이미 붕괴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합니다.

업무개시 명령, 면허 취소를 언급하며 젊은 세대를 위협하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헌신과 희생, 통제와 압박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정부는 부디 우리의 분노와 좌절을 외면하지 마세요. 정부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금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본질을 외면한 허울뿐인 의료 정책을 중단하고 젊은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의료 정책을 제시하시길 바랍니다.



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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