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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日증시 34년 만에 '불장'…10년 전 빅 픽처 '이토 보고서' 통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내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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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9일 도쿄에서 한 시민이 일본 증시 현황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주말을 앞둔 이날 니케이225 지수는 34년 만에 3만7000선을 돌파했고, 3만6897.42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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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만의 불장” " 일본 증시가 30여년 만에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 9일 닛케이225는 장중 한 때 3만7000선을 돌파해 3만6897에 마감했다. 이 지수가 3만7000선을 넘은 건 199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증시의 환골탈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10년 넘게 증시 부양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한국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밸류업 펀드(가칭 코리아프라임지수)’도 일본이 원조다. 일본은 지난해 수익성과 가치평가 지표가 우수한 기업들로 구성된 ‘JPX 프라임 150’지수를 출시하고, 올 들어선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상장했다. 한국도 일시적인 대증요법이 아닌, 꾸준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10년전 쏜 세번째 화살 ‘명중’



2013년 출범한 아베 정부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할 경제 성장 전략으로 ‘세 개의 화살(금융·재정·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이중 세 번째 ‘성장전략’의 일환이 금융시장 글로벌화였다. 해외 투자자금을 유치해 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쓰겠다는 구상이었다.

아베 내각의 경제 책사였던 이토 구니오 히토츠바시대학 교수는 ‘주주권을 강화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토 보고서’(2014년 8월)를 발표했다. 이토 교수는 자기자본수익률(ROE)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를 곱한 ‘ROESG’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익성과 ESG를 동시에 강화해야한다는 의미다. 이토 보고서는 개정을 거듭하며 지금도 일본의 대표기업 인증 기준인 ‘지속 가능성 전환(SX) 기업 ’선정에 활용되고 있다.



스튜어드십·거버넌스 쌍끌이 전략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일본 증시부양의 양대 정책은 ‘스튜어드십코드’와 ‘거버넌스코드’다. 스튜어드십코드에선 투자자들이 지속가능 이슈에 대해 기업과 적극 대화할 것을 강조했고, 거버넌스코드에선 기업이 사업 경쟁력 확보와 투자자 수익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공적연금(GPIF)이 2017년부터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반영한다”는 원칙으로 기금을 운용하면서, 일본 기업들도 ‘큰 손’을 유치하기 위해 ESG 정보를 공시하게 됐다.

이후 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선언하며 보다 직접적인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일본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저평가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개선안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9조6000억엔(약 86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며 랠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증시에서 지난해 3조1000억엔 어치를,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1조9000억엔 어치를 사들였다.



“저축에서 투자로”…증시에 몰리는 日개미



올해부터 시행하는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개정안도 일본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과세 적용기간 한도가 폐지되고, 총 투자 한도가 늘어나는 투자자 우대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일본은 예금 금리는 0%에 머물고 있는 반면 기업의 배당금은 늘고 있어 자산을 늘리려는 장기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배당수익률은 1월24일 기준 2.2% 수준으로, 일본 예금금리(10년 정기예금) 0.2% 수준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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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도쿄의 일본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는 한 시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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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 대책이 지수 개발 등 거래소 차원의 과제에 국한돼서는 근본적인 한국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배구조 등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지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원도 “일본은 경제산업성·금융청·GPIF·학계·민간기관 등이 10년 넘게 하나로 뭉친 결과 이제야 지속가능 금융으로 시장 체질이 변하게 된 것”이라며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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