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명절 민심..."민생 회복" 한목소리
'양극화 정치' 민심 끌어내려..."미래 위태롭다"
21대 국회 마지막 설 명절, 여야 초선 국회의원들이 차갑게 얼어붙은 민심과 마주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정치의 양극화는 민심을 등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팩트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여야 초선 국회의원들이 4년 임기 끝자락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명절이 끝났다. 이번 설은 누군가에게 있어 다음을 위한 도약의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마침표를 목전에 둔 회고의 시간일 테다.
<더팩트>가 접촉한 여야 초선 의원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 속에서도 민생을 보듬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극단으로 치우친 정당 정치를 회복시키지 못한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민족 대명절이라는 분위기와는 상반된 대화였지만 그 만큼 솔직한 반성이 있었던 셈이다.
물론 성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진솔한 뉘우침은 여러 사람의 신뢰를 불러온다는 옛말처럼, 적어도 이들에게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싸늘한 명절 민심은 여야를 관통했다. 여야 초선 의원들 가운데 '민생'을 언급하지 않은 의원은 없었다. (왼쪽부터) 최승재·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신영대·최혜영 민주당 의원. /배정한·남윤호·이새롬 기자,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역으로 지역으로...마주친 쌀쌀한 민심
지역구 출마로 재선을 준비 중인 초선 의원들은 지역 일정으로 빠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귀성길 인사를 시작으로 전통시장과 마을회관, 지역 행사장 방문 등 연휴 기간 내내 민심을 경청했다. 지역 민심과 마주한 초선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생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갑에 도전장을 내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과 관련된 부분에서 예년 같지 않다"며 "물가가 안정돼 있지 않은데 총선이라는 시기까지 맞물려 정치권 뉴스들이 도배되고 있어 그런 부분이 상당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충북 제천·단양에 출마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설 명절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이지만 아직 민생이 살아나지 않아 죄송스럽다"며 "조금 기다려주십사 하는 '희망 고문'을 드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명절을 맞아 지역 곳곳을 방문한 초선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월 과일 물가 상승률은 28.1%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이새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8%)의 2.8배 수준이다. 특히 과일 물가 상승률이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이에 정부는 명절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별도로 물가 종합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경기 안성 출마를 선언한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민생이 어려운데 국회가 노력해서 경제를 좀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내시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극단 정치의 고착화는 명절 민심에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과 피케팅에 나서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생 악화에 기름 붓는 정치 양극화...민심은 '이탈'
민생 경제의 악영향뿐 아니라 지속된 양극단의 정치가 명절 민심의 추락을 이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정쟁을 되풀이하는 동안 시급한 민생 현안이나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장철민 민주당 의원과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고 정치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팩트DB, 이새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여야의 첨예한 대치는 부실한 입법 활동으로 이어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민생 전반에 뻗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법률소비자연맹이 21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달 9일까지 종합한 법안 통과율을 살펴보면, 발의법안은 2만 3331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지만 가결률은 5.61%(1310건)로 역대 최저치였다.
경기 용인갑에 출마한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아무리 국가 운영을 잘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입법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에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쟁의 이전투구를 멈추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야 초선 의원들은 민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희망을 잃지 말자는 명절 인사를 건넸다. /박헌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래도 희망을 말한다...'도약의 2024' 되길
경기 평택갑에 출마하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지역 주민들과 만나며 조금씩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며 "최근 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지방 소재 기업들의 공장 가동 기간이 증가하면서 임금과 소득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액은 546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에 이어 월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지난 2022년 5월에 발표된 21.4% 이후 20개월 만이다.
(왼쪽부터)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힘든 2023년을 지나 새로운 희망이 있는 설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뉴시스, 더팩트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치명적인 고물가 상황 속에서 축산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건 그나마 위안이기도 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 4일 발표한 차례상 준비 비용에 따르면 과일류 외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은 도축 마릿수 증가로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js8814@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