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떠나기 전 마지막 명절..."새해에는 정치개혁 이뤄지길"
21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 중 일부는 4년동안의 정치 생활에 실망과 좌절을 거듭하다 출마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이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들은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남고, 남아야 하는 사람들이 떠난다"는 냉소를 보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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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024년 새해는 '총선'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있는 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출사표를 던진다. 4년 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국회에 입성한 이들 중 몇몇은 실망과 좌절을 거듭하다 정치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시각은 다양하다. "책임감 없다", "국회의원직을 쉽게 생각한다", "더 남아서 노력할 생각을 안 한다"는 쉬운 비판도 있지만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남고, 남아야 하는 사람들이 떠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이 이들의 꿈을 꺾었을까.
7일 현재까지 거대양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의원은 총 7명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당내 '비주류'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하나같이 정쟁에만 몰두하는 지금의 국회를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윤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가 혐오를 이용한 산업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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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갑)은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비주류다.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인재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지금 많이 어렵다. 공동체 의식을 되찾고 위로와 의지가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명절마다 가족 간에 정치적인 문제로 싸움이 나기도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제 딴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크게 미련은 없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충분히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안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의 정치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수단이나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혐오산업'이 돼 버렸습니다. 검투사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잔혹극으로 변한 것 같아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마찬가지예요. 당도 비민주적인, 조직폭력배 같은 운영을 하고 있죠. 결국 국민께 버림받을 겁니다. 다음 22대 국회에서는 정치개혁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선거제 개편과 공천시스템의 민주적인 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김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 묻고 싶다. 제 답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힘이 가야 할 곳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라며 "그것이 보수주의 정당의 책무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다. 운동권 전체주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로 영입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객관적인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면서 실망감을 전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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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 민주당 의원(세종갑)은 22대 국회에 "본인의 지혜와 경험, 경륜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한 세상에 맞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영입됐다. 30년 경력의 '증권맨'으로 증권사 사장까지 지낸 경제전문가다.
"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만들고자 국회에 왔습니다. 그런데 국회의 후진적인 정치구조로 한계를 많이 느꼈죠. 세계가 거대한 대전환을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좌절하며 살았어요. 다른 분들은 저에게 열심히 했다고 하시지만 저 스스로는 잘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모든 의원이 그랬겠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쳐 활발한 활동이 어렵기도 했고요."
홍 의원은 불출마 선언에서 "우리 사회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정치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 생각했지만 후진적 정치구조의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 받기도 했다"며 "내가 이기기 위해 남을 제거해야 하는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 순). /남용희 기자, 남윤호 기자, 뉴시스, 이새롬 기자,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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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퇴행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강민정 민주당 의원),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서 책임있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오영환 민주당 의원),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 정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고 민주주의는 길을 잃었다."(최종윤 민주당 의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자신의 직을 걸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정치개혁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거대양당 체제를 비판하며 다당제 실현을 주장해왔다. 국회를 거대양당의 권력투쟁이 아닌 다양한 민의 반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지금의 정치를 '증오정치'로 규정하며 "반사이익으로 탄생한 증오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으로 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증오정치의 반대말은 문제해결정치·연합정치"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문제해결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정치효능감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같은 정책을 가진 세력과 연합하는 연합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새해를 맞이한 21대 국회가 남긴 과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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