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낙연(왼쪽부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함께 웃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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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졌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세력은 지난 9일 합당을 선언하고 통합신당 ‘개혁신당’(공동대표 이준석·이낙연)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이외 제3지대 개혁신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총선 3자 구도는 국민의당이 선풍을 일으킨 2016년 20대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개혁신당이 미풍에 그칠지, 강풍이 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유권자 입장에서는 제3의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대선 등을 거치며 ‘국민의힘 대 민주당’ 양자구도가 공고해지면서 갈 곳을 잃은 표가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30일~2월 1일, 전국 남녀 1000명)에서도 국민의힘·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무당층 21%, 이준석·이낙연 신당 각각 3% 등)였다. 민주당(35%), 국민의힘(34%) 지지율에 맞먹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실망감을 느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표를 줄 마음도 거의 없다. 이에 개혁신당은 ‘반윤(반윤석열)·반명(반이재명)’ 노선을 키울 태세다. 이준석 대표는 ‘보수의 심장’ 대구 출마를,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 텃밭’ 광주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12일 MBC라디오에서 “대구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했고, 이낙연 대표도 지난 7일 광주를 방문해 “만약 총선에 출마하면 광주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반윤·반명 노선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다.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왼쪽부터)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당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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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서울에는 금태섭 전 의원(종로), 경기도에는 이원욱(화성을)·조응천(남양주갑)·양향자(용인갑) 의원 등이 개혁신당 당명을 달고 선거에 뛰어들 예정이다. 중도 색채가 강한 인사가 포진했다. 이렇듯 수도권-호남-TK(대구·경북)의 핵심 선거구에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 ‘삼각편대’를 띄우겠다는 게 개혁신당의 전략이다.
개혁신당은 지난 11일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위성정당을 준비 중인 거대양당과 차별화도 꾀했다.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김용남 정책위의장)는 이유다. 직군별 할당제 등도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 성공 여부는 거대양당이 얼마나 못 하느냐가 관건이다. 위성정당 창당 등 양당 움직임을 보면 일단 중간지대 공간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거대양당에 대한 거부감이 두 달 뒤 투표장에서 개혁신당 득표로 이어질지는 불명확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만으로는 득표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교수는 “반윤·반명 노선에만 집중하면 반대로 양당구도가 강해질 수 있다”며 “개혁신당이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한 달 안에 보여야 유권자 시야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한 후 귀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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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서가 강한 한국정치에서 개혁신당의 지역 기반이 불분명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역대 제3지대 정당의 총선 성공 사례를 봐도 분명한 지역기반이 바탕이 됐다. 국민의당이 38석으로 원내 3당이 된 20대 총선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정동영 전 의원 등 소위 ‘호남파’가 합류해 ‘민주당의 호남홀대론’을 키운 게 주효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은 당시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도 충청지역이 기반이었다.
개혁신당은 호남 정치를 대표하는 이낙연 대표와 수도권·영남에 지지기반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이끌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이질감에 역(逆)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합당에 반발한 기존 개혁신당 당원은 탈당 러시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영남권 재선 의원은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낙연과 손잡은 이준석은 배신자로 보일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 호남권 초선 의원도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이낙연 대표가 보수당 출신과 손잡은 것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다”고 했다. 어느 한쪽 표를 안정적으로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유권자에게는 제3지대 정당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 뽑아줘도 거대 양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치행태를 보인다는 점인데 이를 극복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만약 양당 공천탈락자를 받아들이는 등 기성 정치권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 ‘구태’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며 시민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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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손익계산에 착수했다. 개혁신당 등장으로 각 선거구가 3자 구도로 재편되면 당락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대표에, 우파 중에서도 중도 성향인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표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접전지에서 일부 중도표가 개혁신당으로 가면, 민주당 현역에 맞서는 국민의힘 후보는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당 지도부는 견제구도 날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좀 나쁘게 말하면 혼란한 여러 정치세력의 연합수준”이라며 “개혁신당이 비례정당을 안 만든다는 것도 지역구 획득 의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제3지대 통합은 제가 볼 때 불안 불안하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연착륙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효성·성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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