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토크짐에서 오혁군과 박상훈 트레이너가 수업하는 모습. 사진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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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샤, 하나 더! 마지막 또! "
인천 영종도의 한 헬스장에서 초등 1학년인 오혁(7)군이 트레이너의 구령에 맞춰 케이블 손잡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어깨 근육을 강화하는 ‘페이스풀’ 동작이다. 오 군은 겨울 방학 동안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으로 와 50분씩 땀을 흘렸다. 박상훈 트레이너(28)는 “아이는 운동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고, 부모님은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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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운동 도전하는 초등생…체력 키우고 몸 지킨다
부산 팀폭스멀티짐에서 학생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교실에는 근력 운동에 쓰이는 덤벨과 바벨 등이 놓여 있다. 사진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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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고강도 운동에 초등학생들이 도전하고 있다. 맞춤형 운동을 통해 자녀의 체력을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늘고, 학교폭력 같은 사회적 이슈의 여파로 호신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고강도 운동을 ‘대화를 하기 힘든 정도의 운동’으로 설명한다. 분당 100회 이상의 줄넘기나 자전거로 오르막길 오르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헬스 퍼스널 트레이닝(PT)이나 크로스핏 같은 고강도 운동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사이에서도 인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칙적 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10대를 대상으로 ‘주로 참여하는 체육 활동 종목’을 조사한 결과, ▶축구·풋살(27.3%) ▶걷기(16.2%) ▶배드민턴(13.2%)에 이어 ▶보디빌딩(헬스)이 5%로 4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 크로스핏·킥복싱·주짓수를 가르치는 한 종합 체육관은 지난달 처음으로 ‘초등부’ 수업을 열었다. 현재 5명 정도인 초등학생 수가 더 늘면 학부모 수요에 맞게 셔틀버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문지용 관장은 “어린이에 맞춘 고강도 운동으로 차별화를 했는데 등록 문의가 꾸준하다”며 “요즘 학생들은 영양 상태가 좋기 때문에 근력 운동 같은 자극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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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효과 느낀 부모들, 자녀 운동 원해”
밴드를 이용한 동작. 사진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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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오운완’ 열풍으로 부모 세대의 운동 경험이 늘어난 점은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인 오운완은 스스로 정한 하루 운동량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에 ‘오운완’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757만 개에 달할 정도다. 이렇게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녀의 운동 수요까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회원이 있는 김강산 헬스 트레이너는 “운동의 효과를 느낀 부모들은 자녀도 (운동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면서 “아이들도 운동을 배우면 ‘근육이 생겼다’, ‘팔씨름을 이겼다’ 하면서 재미를 붙인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만 학생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교육부의 초·중·고 학생건강검사표본조사에 따르면 비만과 과체중을 포함하는 ‘비만군’의 비율은 2017년 23.9%에서 2022년 30.5%로 급증했다. 반면 운동량은 부족한 편이다. 문체부의 ‘2023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10대(47.9%)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학교폭력·칼부림 이슈가 주목을 받으면서 스스로 몸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퍼졌다고 한다. 유정우 서울 WE복싱짐 관장은 “운동을 호신 개념으로 보는 부모가 많아졌다. ‘세상이 흉흉해서’, ‘위급 상황에서 대응할 순발력을 키우려고’ 같은 이유를 댄다”고 했다.
유정우 서울 WE복싱짐 관장이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짝을 정해서 주먹을 지르거나 피하는 연습을 하고, 혼자서 샌드백을 치기도 한다. 사진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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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수준에 맞는 운동, 자발적으로 해야”
정부도 아침과 점심시간 등을 활용한 ‘틈새 운동’을 확대하는 등 학교 내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수업 전 아침 시간을 활용해 ‘아침 체인지(體仁智)’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는 운동을 경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효열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신체 발달에 맞는 빈도와 강도로 구성된 운동이라면 다양하게 할수록 좋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학생이 자발적으로 흥미와 성취감을 느낄 때 체육 활동 효과는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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