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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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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 밸류업 먼저 시작한 日 증시에선 저PBR 어떻게 움직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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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부양에 쓰일 재료가 넘쳐흐르는 시장이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한국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다. 재료가 적다 보니 특정 테마가 부상하면 모든 투자 심리가 그곳을 향한다. 최근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이 핵심 테마가 됐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조선비즈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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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저(低)PBR주’ 찾기가 연일 이어지자 시장 일각에선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타이밍에 설 연휴가 시작되는 건 다행스럽다. 나흘간의 휴식을 거치면서 과도한 쏠림은 잦아들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책 방향성이 선명해지면 수혜주 찾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해 일본이 먼저 도입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뜨거운 테마의 설 연휴 이후 전개 양상이 궁금한 투자자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하나다.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시장 분위기가 1년 전 어떻게 흘러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일본 금융당국은 작년 1월 10일 PBR 1배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가장 크게 반응한 종목은 PBR 0.0~0.2배 기업이었다. 이후 3월 초까지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고(高)PBR 기업도 함께 상승하다가 2월부터 저PBR 기업 중심의 강세가 본격화한다. 3월 들어서는 전반적인 조정이 진행된다.

조정이 시작되자 저PBR 기업들의 낙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들 종목의 작년 1분기 수익률은 전체 PBR 구간에서 가장 저조했다. 반면 고PBR 기업의 조정 폭은 미미했다. 4월부터는 다시 저PBR 종목 중심의 강세장이 재개돼 9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말부터는 일본 증시의 전반적인 조정이 이뤄졌다. 조정 폭은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반등이 진행되자 고PBR 기업들이 아웃퍼폼(outperform·시장 수익률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타난 고PBR 종목 강세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저PBR 종목 강세의 온기는 고PBR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작년 4~9월 저PBR주 중심의 강세장은 정책 효과가 중기적으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조정 국면에서 저PBR주의 낙폭이 크기 때문에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 ▲장기 투자자라면 고PBR 기업을 매도할 이유가 없다. ▲중단기 투자자는 저PBR 종목으로 먼저 대응하고, 전반적인 조정이 나타날 때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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