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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아프면 설 전에 병원 가세요”…의료계 설 이후 ‘총파업’ 맞대응[의대 증원 2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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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나오자

전공의들 “의사 수 늘리기가 만능 열쇠 아냐”

‘파업 시 적극 참여하겠다’는 분위기 지배적

헤럴드경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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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중심으로 파격적 수준의 증원 규모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을 고려하는 전공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지난 6일 정부에 맞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해, ‘설 이후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30) 씨는 지난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를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정씨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한 배경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정부가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 없이 그저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 2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A(32) 씨도 의대 증원 규모를 비판했다. A씨는 “필수·지역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건 무작정 의사 수를 2000명 더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이를테면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응급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식으로 해결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의사 수 늘리기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고 했다.

의대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울산의대 김장한 교수는 “지역의료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2000명 증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표심을 얻기 위해 파격 증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전공의 B(27) 씨는 “선거 앞두고 ‘2000명’이라는 보기 좋은 숫자를 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증원’에 파업 시 참여하겠다는 전공의도 늘고 있다. 레지던트 임모(30) 씨는 “의료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증원 규모인데 파업은 당연하다”면서 “파업해야 의사들도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인턴 김모(25) 씨 역시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 많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당장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의료계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파업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는 인턴 정씨도 2000명 증원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됐다. 정씨는 “원래 증원 규모가 적은 편이면 파업에 굳이 참여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파업하면 결국 우리가 손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라면서도 “필수의료 패키지에 이어 2000명 증원 발표한 것 모두 말이 안 되는 수준이고, 정책이 나와도 상호 협의를 충분히 거쳐 좋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이젠 정부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아 파업을 하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료계의 협상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이도 있다. 이종태 한국의대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의료 인력 수요를 심의하는 과정 등을 정부에서 비공개하고 있어 문제”라며 “미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독립적인 국가자문기구를 두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여하게 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의료 인력 수급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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