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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요양병원 '간병인 매뉴얼' 시급 … 꼼수 판치는 평가체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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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병원 대해부 ◆

매일경제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시설을 갖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병원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현행 요양병원 평가는 중증환자가 많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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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양병원은 고령 환자들의 치료와 돌봄을 동시에 담당하는 특수한 공간이다. 생의 마지막을 요양병원에서 보내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이곳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소망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치는 현실은 악몽일 때가 많다.

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지금은 내 부모의 문제지만 머지않아 나 자신의 문제가 된다. '민생문제' 중에서도 파급 범위가 가장 큰 축에 속하며 그만큼 개선이 절박하다. 시리즈를 정리하며 그간 제기되었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되짚어본다.

요양병원 학대 더 이상 안돼

요양병원에 가족을 입원시킨 사람들은 혹여 가족이 학대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일부 요양병원의 일탈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환자 학대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요양병원이 환자들에게 공포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폭언과 막말로 인한 정서적 괴롭힘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간병인은 요양병원의 법적 인력에 포함돼 있지 않아 관리는 물론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간병인을 정식 자격화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그 경우 간병인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학대 전력이 있는 간병인에 대한 취업 제한 규정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개설 요양병원 없애야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한 요양병원들이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들 불법 요양병원이 요양 급여비를 부정 수급하는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하고 챙겨간 급여 비용이 2조2631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의료기관 불법개설기관 적발금액(4조1746억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 이들 병원으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142억원(0.6%)에 그쳤다.

치료·돌봄 연계 방안 찾아야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회활동 증가로 곁에서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령화 추세가 심해지면서 환자 치료를 위한 요양병원과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원처럼 요양전문기관의 역할마저 불분명해지고 있다. 긴급치료를 위한 급성기 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지역사회 복귀라는 사이클이 작동하지 않는다.

일본은 병원에 입원했던 노인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요양제도의 기본 목표다. 전문가들이 모여 노인들의 퇴원 이후를 꼼꼼하게 계획한다.

석재은 한국사회복지학회장(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요양병원은 일정 기간 입원해 회복과 재활에 집중하는 곳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며 "간병 서비스도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에 포함해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 못 받는 평가체계 개선

환자들에게 양질의 요양병원을 소개하고 병원 간 의료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현행 요양병원 평가 시스템을 병원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들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시작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는 전국 1400곳에 이르는 요양병원을 줄세우기식으로 평가한다. 몇 점 차이로 수억 원에 달하는 수가가 오가다 보니 일부 병원은 평가 등급을 높이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컨설팅 업체를 찾아 '족집게 과외'까지 받고 있다. 사후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연숙 의원은 "일부 요양병원에서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환자의 통증 점수나 욕창 등급을 조작해 환자 분류를 인위적으로 상향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같은 꼼수가 적용되지 않도록 평가체계와 환자 분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CCTV도 학대 막을 대안

요양병원 내 학대를 방지하고 갈등과 분쟁을 막아줄 대안으로 병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거론되지만 실제로 병실에 설치한 곳은 거의 없다. 매일경제가 전국 요양병원 100곳을 조사한 결과 학대 방지 등을 위해 병실 내 CCTV를 설치했다고 답한 요양병원은 5곳에 불과했다. 환자와 보호자 의사와 관계없이 대부분 병원들은 환자의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요양원을 비롯한 장기요양기관에는 지난해 6월부터 CCTV 설치가 의무화된 바 있다. 임선재 요양병원협회 부회장(더세인트요양병원장)은 "병실 CCTV는 기저귀 케어, 욕창 소독 등 신체 노출 문제로 설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실 CCTV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간병인 처우 개선 서둘러야

간병인은 업무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 학대를 한 간병인들에 대해서는 재취업을 막고 엄벌하되 학대를 양산하는 환경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간병인들은 통상 환자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돌봄을 수행한다.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조금이라도 많은 환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간병비를 대폭 할인하기도 한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한 달 내내 6인실에서 환자를 공동 간병하고 손에 쥐는 돈은 300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간병 질 저하는 관리 미흡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임 부회장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표준 매뉴얼은 물론 업무의 범위, 의무, 책임, 권리 등 규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간병 급여화를 통한 간병 제도를 만들어 간병인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근무여건을 완화시키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박민기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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