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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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듭니다." 자영업자의 아우성은 종종 볼멘소리 취급을 받는다. "가게 문도 못 열고 테이블 치우던 때보다 더 힘들 수 있나"란 막연한 추측 때문이다. "너희들은 보상금도 받았잖아"란 부러움과 박탈감에서 기인한 비아냥일 수도 있다.
# 하지만 2024년 자영업자는 정말 고통스럽다. 물가는 치솟았는데,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어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금리에 돈줄이 막힌 사장님들도 숱하다. 이젠 팬데믹을 그럭저럭 버텨오던 자영업자마저 '벼랑 끝'에 몰렸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 실제로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연체율도 팬데믹 때가 차라리 건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 통계에 '착시효과'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자영업자는 연체율 지표에서 빠졌다. 자영업자의 위기가 데이터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거다.
# 자영업자의 위험함은 '통계 밖 현장'에서도 여실히 감지된다.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시장인 영등포전통시장은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권이 선거철을 앞두고 유세 '0순위'로 꼽는 장소인데도 온기가 돌지 않는다. 한때 '전자제품 만물상'으로 불리던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공실이 넘쳐나는 '초라한 상가'로 전락했다. 더스쿠프가 통계와 현장을 통해 '2024년 자영업자의 자화상'을 그려봤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은 팬데믹 때보다 더 악화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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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올라앉는 자영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돈을 빌리는 자영업자도,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주변에 숱하다. 이를 입증하듯 자영업자 대출 통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연체다. 연체액과 연체율이 눈에 띄게 뛰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자영업자 연체액은 13조2000억원으로, 2022년 2분기(5조2000억원)보다 무려 153.8% 폭증했다. 연체율은 1.7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0.75%) 대비 2.4배 높아진 수치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46%(2023년 11월 말 기준)라는 걸 고려하면 자영업자 연체율 지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다(표❷).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간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은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에 집중돼 있었다. 장사가 극도로 부진한 자영업에 종사하는 취약계층이 주로 받았는데, 이들은 유예 조치를 받은 만큼 연체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결국 최근의 연체율 지표를 악화한 건 자영업 취약계층이 아니다. 엔데믹(풍토병ㆍendemic) 이후에도 그나마 괜찮게 벌면서 성실히 빚을 갚고 있던 자영업자 계층이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단 걸 뜻한다. 우리 업계에선 이들은 어느 정도 영업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인 셈인데, 이들마저 쓰러지면 업계의 위기는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2020년 처음 시행했다. 그 이후 만기가 다다를 때마다 총 5차례 연장했다. 정부는 가장 최근인 2022년 9월엔 대출 만기를 2025년까지, 상환유예를 2028년까지 연장했다. 자영업자의 상환부담을 급격하게 늘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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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부의 구제 조치를 받은 자영업자의 수는 많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만기연장ㆍ상환유예 잔액은 76조2000억원, 차주借主는 35만1000명으로 집계됐다(표❸).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와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의 각각 19.7%, 10.2% 수준이다(표❹). 쉽게 말해, 자영업자 연체액과 연체비율에 적용되지 않은 통계치가 이 정도란 얘기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그간 골목을 지탱하면서 대출을 성실하게 상환해 온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그간 가려졌던 부실까지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면서 "대응 시스템 전반을 손봐서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표❺).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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