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상 3부문 중 남성 후보 단 한 명레… 코드상·노래상 여성 가수 차지
테일러 스위프트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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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5월부터 시작된 그래미 어워즈는 세계적 권위의 대중음악상이자 미국 내 음악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시상식. 지난해 K팝은 BTS와 블랙핑크의 그룹 활동 공백기에도 미국 현지에서 여러 기록을 세워왔다. BTS 멤버 지민(곡 Like Crazy)과 정국(Seven)이 솔로 활동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송 차트 핫100 1위를 달성했고, 스트레이 키즈(2·4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3위), 뉴진스(5위), 트와이스(6위), 세븐틴(7위), 정국(10위) 등 ‘미국 내 CD 앨범’ 판매량 톱10 순위 중 7장이 K팝 음반이었다. 올해 그래미 후보 명단 공개 후 AP통신, USA투데이 등 미국 현지 언론들조차 “K팝이 빠진 건 놀라운 일”이란 반응을 보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그래미의 특정 장르에 대한 차별보단 남다른 심사 기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는 대중 투표 방식을, 빌보드뮤직어워즈(BBMA)는 대중 투표와 함께 빌보드 차트 및 소셜미디어 성적 등을 함께 반영한다. 두 시상식 모두 지난해까지 K팝 부문 장르상을 신설하며 한국 그룹들이 대거 후보로 올라 상을 탔다. 하지만 그래미는 여전히 음악계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된 미국 레코딩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를 고집하고, K팝 부문도 두지 않고 있다. 황선업 평론가는 “백스트리트 보이즈, 원 디렉션 등 기존 백인 보이그룹들조차 그래미 어워즈에서 자주 외면당했다”며 “K팝의 장점인 ‘팬덤 인기’보단 일상적인 대중적 파급력과 음악적 완결성을 더 보는 시상식”이라고 평했다.
일부에선 올해 그래미가 본상 영역에 ‘비클래식 올해의 작곡가’와 ‘비클래식 올해의 프로듀서’를 신설한 것이 “K팝엔 불리한 진입 장벽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가 곡의 퍼포머와 작곡·프로듀서진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뜻이라면, 다수의 작곡진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K팝 가수들은 오를 후보군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그래미는 전통적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중시했다. K팝 앨범은 판매량은 높지만 소셜미디어 홍보 길이에 맞춰 전체 재생 시간도 짧고, 정규 앨범 형태가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고 앨범 성적 대비 히트곡 성적이 좋지도 않다”고 했다. “’잘 팔리는 음악’ 기록은 높지만 ‘잘 들리는 음악’ 기록은 적은 K팝의 현재 위치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K팝이 빠진 올해 그래미 시상식은 ‘여풍’ 현상이 두드러졌다. 본상 4부문 중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의 남성 후보는 ‘존 바티스트’가 유일했다. 올해의 앨범상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SZA, 올리비아 로드리고, 자넬 모네, 라나 델 레이, 마일리 사이러스, 보이지니어스 등 경쟁자를 제치고 역대 최초로 4회째 수상했다. 올해의 레코드 상은 마일리 사이러스(곡 ‘Flowers’), 올해의 노래상은 영화 ‘바비’의 주제곡으로 쓰인 ‘What was I made for(가수 빌리 아일리시)’, 신인상은 여성 팝가수 빅토리아 모네가 차지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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