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1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19명이 미쓰비시중공업, 홋카이도 탄광기선 등 일본 기업 7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 법원은 이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 재판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끝냈는데, 이를 취소하고 1심에서 다시 정식 재판을 하라는 취지다. 재판장인 구회근 부장판사는 “1심 판결에 문제가 있어서 다시 (중앙지법으로) 환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제징용 소송은 2021년 6월 1심에서 각하됐다. 당시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송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1심은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협정 내용에 따라 개별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등과 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봤다.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합의 판결을 따르지 않은 1심이 잘못됐다고 봤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리하는 강길 변호사는 이날 선고 이후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피고 측을 대리하는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추가적인 증거 조사를 원하고 있고, 재판장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 33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6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피고는 김모씨 1명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에 강제노역을 제공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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