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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 컨트롤타워 1년만에 대수술..."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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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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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대수술에 들어간다. 부위원장(장관급)은 임명 1년 만에 교체되고, 상임위원(차관급)과 민간위원들이 이달 들어 줄줄이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관료 출신 부위원장을 내세워 분위기 쇄신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사람 몇몇을 바꾸는 식으로 국가적 아젠다인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저고위 새 부위원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후임자 인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저고위의 정책 성과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임기 2년 중 절반이 남은 김영미 부위원장(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교체되는 것도 질책성 경질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전날까지도 방송에 출연해 “2월 말이나 3월 초 저출산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저고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저고위 내부는 물론 본인도 몰랐던 것 같다. 전격적인 경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원과 민간위원이 줄줄이 나가면서 대통령실이 사실상 김영미 부위원장 체제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상임위원(차관급)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인구 분과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틀 뒤인 17일 저고위 민간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당시 조 교수는 “이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저고위가 큰 흐름을 바꾸는 정책보다는 단기적인 출산율 높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실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저고위 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산업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추진력이 강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고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저고위는 정부 내에서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취급당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직속기구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유관 7개 부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집행권이 없고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는 역량도 부족하다. 지난해 10월 저고위가 내놓은 자동육아휴직제에 대해 당시 유관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모두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출산 대책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저고위 활동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만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2015년 2월과 12월 저고위를 두 번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3월 저고위 회의를 한 차례 주재했을 뿐이다.

저고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나경원 전 부위원장이 교체될 때도 인적 쇄신은 비슷하게 써먹은 카드다. 부위원장의 1명의 추진력으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첫 저고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헝가리식 '대출 탕감' 방안을 거론했다가 대통령실에서 "우리의 정책 기조와 다르다"는 질책을 받았고 임명 3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익명을 원한 저고위 민간위원은 “기구 존치가 맞는지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구부를 신설하는 식으로 들러리 서는 조직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컨트롤타워를 바꾸는 게 맞다”고 말했다.

채혜선ㆍ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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