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줄인하 생보사, 금융당국 압박에 '백기'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다음달부터 줄줄이 인하될 예정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둘러싸고 보험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을 벌여 개입에 나선 결과다. 올해 들어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10년간 종신보험 계약을 유지하면 낸 돈의 1.3배 이상(환급률 130%)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환급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영업전이 펼쳐졌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신한모아더드림종신보험'의 약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해당 상품의 7년 납입·10년 유지 환급률을 기존 130%에서 업계 최고인 135%로 높였다. 이 상품은 7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이상 보험 계약을 유지한 뒤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35%를 돌려주는 구조다. 신한라이프는 다음달 중으로 환급률을 낮춰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생명·한화생명·NH농협생명·동양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도 일찌감치 과도한 환급률을 보장한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존에 높은 환급률을 적용한 상품은 1월 말까지만 팔고, 2월부터는 상품을 개정한 뒤 환급률을 조정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130%까지 끌어올린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다음달부터 120%대로 낮춰 상품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10년 시점 환급률이 130%를 넘는 곳은 푸본현대생명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기점으로 보험사들이 환급률을 130%로 끌어올렸다. 각 보험사들은 지난해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후 신계약 확보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계약 유치 경쟁을 더 치열하게 전개해왔다.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의 환급률 경쟁이 과열 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저하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부터 신한라이프·교보생명 등의 현장 점검에 나섰고, 나머지 보험사에 대해서는 서면 점검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보험사들이 환급률을 낮추기로 했지만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절판 마케팅'도 벌어지고 있다. 다음달부터 당국 규제로 10년 유지 환급률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거나, 이달 말일부터는 청약이 불가하다는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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