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분리 미봉책까지 등장
“법 적용 우회로 찾자” 혼란 극심
고용부, 컨설팅 지원 등 총력
여야, 보완입법 논의 나설 듯
경북 경주에서 방산부품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모씨가 대표적이다. 설립 12년째인 이 기업은 현재 9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강씨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공장을 두 개로 쪼갤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렇게라도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83만7000곳 안전진단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다음날인 28일 경기 고양시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확대 적용 대상인 5∼49인 사업장을 83만7000곳으로 추산했다. 고양=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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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기업에 속한 근로자 수 기준으로 중대재해법을 적용한다. 강씨 계획대로 근로자를 8명까지 줄여 4명씩 사업장을 분리해도 사업주를 바꾸지 않는 이상 법 적용은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편법이라도 찾아보려는 현장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주조, 압출, 성형, 표면처리 각 공정에 작업자가 2명씩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기업을 이렇게 옥죄니까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으로 현장 혼란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제도 안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제도 시행 첫 주말에 주유소와 미용실, 제과점 등 영세사업장을 직접 둘러본 뒤 “대부분 중대재해가 본인들과는 관계없는 일로 생각하고 계셨다”며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드렸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이틀째인 28일 경기 수원시 한 쇼핑몰의 카페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수원=최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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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에 따라 수사대상이 2.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한 ‘긴급 전국 기관장 회의’를 지난 26일 개최한 데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개소에 대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상 사업장 중 8만곳을 중점 관리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안전보건관리 전문 인력 양성, 직업환경 안전 개선 지원 등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 확대 유예에 합의하지 못한 여야는 추가로 보완 입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KBS와 인터뷰에서 “(보완입법 논의) 가능성이 많다”며 “2월1일 본회의까지는 반드시 조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일부 단체가 공포 여론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해 3월 고용부가 한국안전학회에 의뢰해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을 조사한 결과 81%가 ‘안전보건 의무를 갖췄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며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소규모 업체에서 돈을 들여 안전 업무 담당자를 새로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사실무근이며, 사업주와 직원이 교육받고 안전관리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지민·권구성·윤준호·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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