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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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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혁신 경쟁' 퇴색…여의도 재입성 노리는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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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 도전 김무성·5선 도전 박지원 등
"노장청 조화 필요" vs "혁신 아닌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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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왼쪽)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조탁만·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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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원로 정치인들, 이른바 '올드보이'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정치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여야의 '혁신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정치 쇄신, 세대교체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경륜과 연륜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운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무게중심을 잡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5일까지 '여의도 복귀'를 선언한 원로들은 대통령 후보부터 당 대표, 전 장관 등 정부 주요 요직을 지낸 거물급 인사들이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6선), 이인제 전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종걸 전 의원 등의 출마가 점쳐진다.

여권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5일 부산 중구·영도 출마를 선언하며 7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15~18대는 부산 남구에서, 19~20대에는 부산 중구·영도에서 당선된 뒤 21대 총선에서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후배들이 잘한다면 제가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너무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분강개하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 진영 간의 극한 대립이 우리 사회를 정신적 분단 상태로 만들었다"며 "정치와 국회가 나라를 망치는 만악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지낸 '불사조' 이인제 전 의원도 7선 도전에 나섰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12일 "다시 일할 기회가 허락된다면 저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불태워 헌신하겠다"며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이곳에서 16~1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친박' 좌장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월 경북 경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총선 준비 행보에 나섰다. 경북 경산은 최 전 부총리가 지난 17~20대(17대 경북 경산·청도)에서 내리 당선된 지역이다. 그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19년 7월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지난 2022년 윤석열정부에서 특별사면됐다.

20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도 지난해 12월 지역구였던 경기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6선 도전에 나섰다. 5선을 지낸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천 연수,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기 평택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4선의 나경원 전 의원도 본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올드보이'들이 과거 자신의 지역구 탈환에 나선 가운데 이혜훈 전 의원은 지역 연고가 없는 서울 중구·성동을 출마 선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지낸 지상욱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6일 만이다. 서울 중구·성동을은 현재 민주당 소속 박성준 의원이 있으나 비교적 보수색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전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뒤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바꿨다가 낙선했다. 이후 충북지사 선거에 도전했으나 공천심사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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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안팎에선 '올드보이'의 귀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노욕(老慾)"이라고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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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주목받는다. 전남 태생인 박 전 원장은 일찌감치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선언한 뒤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5선을 노리고 있다. '정치 9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 전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올드보이가 아니라 '스마트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를 비판해 왔다. (올드보이 중) 저만큼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이 있었느냐"면서 뚜렷한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던 다른 '올드보이'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17대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고향인 전북 전주병에서 5선을 노리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0일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서 "한국 정치는 올드보이가 너무 적다"며 "경험과 경륜이 있어야 의회 정치의 품격이 산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이종걸 전 의원은 지난달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출마 지역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장관은 서울 광진을에서 내리 5선에 당선됐다.

양당은 난감한 입장이다. 혁신 경쟁에 나선 양당의 기류와도 어긋난다. 반면 '올드보이'의 출마 의지가 강한 데다 이들이 지역에서 다선 의원을 지냈던 만큼 인지도가 높고 조직이 활발해 무소속 출마 시 표 분산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공천 기준을 발표하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의 중진에 대해 경선 득표율 15%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의 박병석 의원과 4선의 김진표 국회의장, 4선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세대교체론'에 힘을 보탰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21일 "일률적으로 기준을 잡아 586은 안 된다, 3선 이상은 안 된다, 올드보이는 안 된다, 그런 것은 없다. 그분들을 차별하는 기준을 세운 바도 없고 앞으로도 세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민기 의원(3선)이 솔선수범한 것처럼 스스로 자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나이가 많다고, 선수가 많다고 출마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중진·다선이 나쁘고 초·재선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며 "이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을 공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 신인의 참신함과 패기도 필요하지만 원로의 경륜과 노련함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올드보이'의 출마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여성·청년 등에게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등 당이 혁신·쇄신에 나섰는데 이들의 출마로 의미가 퇴색됐다"며 "또 텃밭에 출마하는 것도 정치 신인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출마한다는데, 그들이 있었을 때는 괜찮았나"라면서 "특히 탄핵과 21대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나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올드보이들이 '원로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게 왜 자신인지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명분도 없고 희생도 없이 좋은 지역구만 찾아서 가려고 한다"며 "그렇게 경륜과 연륜으로 정치력을 인정받았다면 험지에 출마해서 증명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배지'를 한 번 더 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4·5선씩 하면서 아직도 정치적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건 정치적으로 무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편안하게 다선을 했던 사람들의 희생인데 그분(김 전 대표)을 다시 우리 당의 주자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게 지금 정치의 시대적 과제"라며 "70대 이상의, 또 당의 대표나 원내대표를 역임하셨던 몇 선씩이나 하셨던 분들이 다시 나서는 건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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