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모든 과정 감시... 규정에 따라 처리" 반발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핀호가 24일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이 구축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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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 총통 선거 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대만해협 내 군사작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해군 7함대는 24일(현지시간) "이지스 구축함인 존핀호(號)가 오늘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며 "모든 국가를 위해 항행의 자유 원칙을 수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만해협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듯 "국제사회의 어떤 구성원도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포기하도록 협박받거나 강압당해선 안 된다"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에서든 비행·항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은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親)미국·독립주의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지 11일 만에 실시됐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대만해협이 국제 해역이라는 입장에 따라, 미 해군 구축함을 해당 수역에서 전개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해 왔다. 오는 5월 라이칭더 대만 정권이 공식 출범한 뒤에도 지금과 같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의 무력시위를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개입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라이칭더(왼쪽) 대만 총통 당선인이 15일 대만을 방문한 스티븐 해들리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해들리 전 보좌관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은 대만 총통 선거 이튿날인 14일 대만을 찾았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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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반발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미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항해하면서 공개적으로 (군사 활동을) 선전했다"며 "동부전구는 병력을 조직해 미 구축함 기동의 모든 과정을 감시하고 법률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최근 종종 도발을 통해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악의적으로 해치고 있다"며 "동부전구는 높은 수준의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은 미군 움직임에 대한 대응 수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후 미중 갈등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흐름에 비춰, 당장 양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수준의 대응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군의 이번 대만해협 통과는 미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마리오 디아즈-발라트 미 하원 대만 코커스 공동위원장과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날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해 대만 정부 관리들과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대표단은 성명을 내고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른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국방 관계를 더욱 강화할 기회를 모색하는 게 이번 방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은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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