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주식 전광판 | Getty Images/이매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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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증시가 2021년 2월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3년간 홍콩과 중국본토 증시에서 6조달러(약 8016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권 증시는 새해에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내놓을 증시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마저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본토·홍콩 증시에서 3년간 6조달러 증발
CNN은 23일(현지시간) 최근 3년간 중국본토와 홍콩증시에서 6조달러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새해에도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10% 넘게 하락면서 전세계 증시 시총 4위 국가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중국본토 주식시장의 상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7%, 10% 떨어졌다.
중국 증시의 약세 원인으로는 크게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에 따른 투자자 불안 등이 꼽힌다. 부동산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출생률 하락 등이 증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에 이어 중국 국내 투자자도 중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내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 유입되면서 중국 국고채 금리가 하락(채권가치 상승)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난징증권의 양하오 애널리스트는 “주식의 손실이 심화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위험 회피를 부추기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고정수익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달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진 상태다. 지난 22일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 만기 연 3.45%, 5년 만기 연 4.20%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빗나갔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재정 확대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연초 중국의 정책 기조는 오히려 중장기 저성장 우려를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금리 인하 대신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냈다. 이날 인민은행은 “다음달 5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8조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준율은 고객이 맡긴 예금 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을 낮추면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쌓아둬야 하는 현금이 줄어 유동성이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증시 부양책도 글쎄…”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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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중국 정부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내놓을 증시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 전날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증시 부양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국의 경제나 정치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증시 부양책도 일시적인 효과를 나타나는데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2%였는데,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의 중국센터의 연구원인 조지 매그너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단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과 같은 일반적인 이유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정책과 정치 환경의 위축으로 중국 주식을 포기하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양쪽 모두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B증권 박수현 연구원 등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은 2008년부터 9차례 증시 안정 기금을 동원한 바 있다”며 “재정·통화·산업정책이 결합됐던 2008년, 2015년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히 증시 안정 기금 유입이 아닌 전방위적인 정책 조합과 경제지표 회복,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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