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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대법 "환경오염 피해, '개연성'만 입증하면 배상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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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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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른 기업 등의 배상 책임을 가릴 때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의 개연성만 증명하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황 모 씨 등 19명이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인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확정했습니다.

황 씨 등은 램테크놀러지가 운영하는 충남 금산의 공장에서 2016년 6월 4일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두통과 호흡기 질환 등을 앓았다며, 2017년 2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기존 판례는 유해 물질이 배출돼 피해자에게 도달했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음이 각각 증명돼야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2016년 1월 시행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시설이 환경오염 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주민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회사가 1인당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700만 원으로 늘렸고,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해 원고 등에게 피해를 줬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달리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등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시설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여러 간접사실을 통해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피해를 뒷받침할 간접사실로는 시설의 가동과정과 설비, 투입·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 조건, 피해 일시·장소 등을 꼽았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 사건에서 기존 선례에 비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해 상당한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당초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심에서 청구가 기각된 뒤에는 회사를 상대로만 소송을 이어왔습니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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