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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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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사가 싸네”… 비교·추천서비스, 車보험 판도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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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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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출시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20조원에 달하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플랫폼 수수료’를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는 등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비교·추천 서비스가 독과점 구조를 깰 핵심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 ‘랭킹전’ 상위권 휩쓴 캐롯손해보험

23일 기준 네이버파이낸셜이 진행 중인 이벤트 ‘자동차보험료 랭킹전’에서 상위 100위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보험사는 59개인 캐롯손해보험이다. 자동차보험료 랭킹전은 실제 고객이 네이버페이를 통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뒤 추천에 따라 각 보험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한 사례를 집계한 것이다. 그만큼 캐롯손해보험이 다른 보험사보다 저렴했다는 뜻이다.

캐롯손해보험 외 중소형 보험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가 8개로 가장 많았다. 하나손해보험은 4개, 악사손해보험은 3개, 롯데손해보험은 1개로 집계됐다. 현대해상(8개), 삼성화재(5개) KB손해보험(2개), DB손해보험(3개)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사는 18개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인 기자가 직접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기본보장과 1인 운전을 한다는 조건으로 마일리지 할인을 1000㎞에서 2만3000㎞까지 각각 비교해 본 결과 가장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한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1인 운전과 연평균 자동차 주행거리인 1만5000㎞를 조건으로 보장범위를 다르게 해 비교해 본 결과도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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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기준 네이버파이낸셜이 진행 중인 이벤트 '보험료 랭킹전' 현황.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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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중소형 보험사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수수료를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사는 플랫폼에 내야 할 수수료를 보험료에 포함시키면서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표시되는 가격이 수수료만큼 상승했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영업일로 따지면 서비스가 출시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면서도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브랜드 파워’ 믿는 대형사

중소형 보험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자동차보험을 바꿀 고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이·성별·운전경력·사고유무를 비롯해 연 주행거리와 운전자 범위, 보장 범위를 어떻게 각각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대형사를 선택하는 고객들 수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 경력이 30년 이상인 60대 여성 A씨가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결과, 주행거리가 8000㎞ 이하일 때는 캐롯손해보험이 가장 저렴했지만 주행거리가 많아질수록 삼성화재가 가장 저렴했다. 운전자 범위를 1인이 아닌 자녀 또는 가족 등으로 확대하면 DB손해보험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경력이 짧은 30대 남성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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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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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씨와 같은 고령자는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않아 보험 갱신 때도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사의 경우 출동·보상 서비스 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등 브랜드 파워도 있는 데다 각종 할인특약도 다양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점유율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제휴, 카카오페이 만보기 이용자들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해 걸음 수 조건을 충족하면 4~8%를 할인해 주도록 혜택을 강화했다. KB손해보험도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 걸음 수 등 각종 특약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 또 다른 관전 포인트 ‘플랫폼 전쟁’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플랫폼들의 대결이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를 비롯해 핀테크들도 서비스 초기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할인 이벤트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넘어 장기보험 시장까지 확대될 것을 고려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네이버페이는 자동차보험료 랭킹전을 통해 30명에게 최대 3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차종별 보험료 비교와 또래 보험료 예측 등 콘텐츠도 강점이다. 카카오페이는 보험사 사고 접수를 비롯해 보험 만기가 다가올 경우 사용자에게 알림톡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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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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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해빗팩토리는 자동차보험 가입 시 선택 옵션을 기본형·실속형·고급형 등으로 분류해 고객들이 직접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다. 핀크는 옵션 선택을 5가지로 다양화했고, 뱅크샐러드는 3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하기로 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도 핀다나 뱅크샐러드 등이 대출 관련 비교·추천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한 두 개 회사가 주도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보험료 책정 등을 통해 경쟁을 하는 것처럼, 플랫폼 업체도 경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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