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석 야놀자 CIO 겸 야놀자클라우드 CFO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야놀자클라우드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인수·합병(M&A)은 트래블(여행) 기업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이미 전 세계 주요 여행기업 다수가 그동안 (외부 기업의 역량을 이용한) 인오가닉한 인수 활동을 통해 성장해왔고, 투자자들 역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 같은 투자 역량을 긴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찬석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야놀자클라우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7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대면 인터뷰에서 "(여행·레저 대상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한) B2B 산업은 무수히 많은 중소형 기업들이 존재하는 데 비해 대다수가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해 시장 통합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야놀자의 경우 전략적,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유연하고 공격적인 글로벌 M&A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후, 자사의 미래 성장 동력 '전진기지'로 꼽히는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여러 굵직한 M&A 성공 사례를 성사시켜 왔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파크 인수다. 야놀자는 2021년 말 국내 공연 티켓 예매 1위사인 인터파크를 약 3000억원에 사들인 직후 2022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시 인터파크 M&A를 주도했던 최 CIO는 "인수 후 광범위했던 쇼핑과 도서 등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투어와 엔터테인먼트에 리소스를 집중했다"면서 "그 결과 쇼핑, 음원, 렌터카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면서 전체 인수 금액의 75%를 1년 내 회수하는 등 재무적인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회고했다.
특히 인터파크 인수는 야놀자에 자금적인 여유로움을 준 것 외에도 국내에 한정돼 있던 B2C 서비스의 범위를 해외여행(아웃바운드)와 인터내셔널(인바운드)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 CIO는 "현재 인터파크트리플은 작년 거래액이 50% 성장하고 있고 특히 기존에 투자하지 않았던 영역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의 비용 투입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는 적자였지만 2023년 8월에는 인수 이후 첫 월 단위 흑자를 달성하기 시작하면서 4분기 역시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수한 '고 글로벌 트래블'(GGT)도 야놀자 편입 이후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최 CIO는 설명했다. 2000년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GGT는 전 세계 각지의 호텔, 리조트 등의 객실 판권과 항공 티켓, 현지 차량 렌탈까지 100만개 이상의 글로벌 여행·숙박 인벤토리를 유통하는 B2B 여행 솔루션 기업이다.
최 CIO는 "야놀자가 기존에 수행했던 국내 (여행 솔루션 등 공급으로 하는) 디스트리뷰션 사업을 GGT로 이관해 통합 시너지를 구축하고, (지난해 4월 인수한 미국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인) 인소프트를 GGT로 이관해 미국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구조 개편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긴 어렵지만, 현재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글로벌 전체 시장의 폭발적인 여행 수요에 힘입어 인수 시점에 예상했던 매출과 이익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2019년 인수한 '이지 테크노시스'는 야놀자가 글로벌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최 CIO는 "이지 테크노시스는 인수 이후 코로나 기간에도 인수 4년 만에 매출 250%, 영업이익이 280%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회사들이 성장과 이익을 둘 다 달성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이지 테크노시스는 '40의 법칙'(Rule of 40·주식시장에서 유망한 SaaS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을 넘는 등 글로벌 탑티어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향후엔 여행업과 인공지능(AI)을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 기업을 적극 인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CIO는 "지금까지 양대 축으로 쌓아 놓은 데이터를 (사업과 서비스 측면에서) 더 좋은 관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생성형 AI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시장인 만큼 여가 레저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는 야놀자 등 일부라는 점에서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AI에 대비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B2B와 B2C,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을 아우르는 야놀자 에코시스템 내 다양한 터치포인트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축적·연결하고, 향후 AI가 만들어 나갈 여행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테크 기반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디면서도 시장 규모는 크고 B2C에 비해 클라이언트 록인 효과가 강한 B2B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야놀자의 솔루션이 깔린 업장과 야놀자가 독점적으로 확보한 어카운트(운영관리자산)를 '퀄리티 어카운트'로 정의하며 이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메인 투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