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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쉿 60만원은 비밀”…단통법 폐지이후[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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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대안법(전기통신사업법)법안 소위 통과

이동통신도 초고속인터넷 경품가이드라인처럼 될 듯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제도 유지

제조사 장려금 자료 요구, 더 쓰라 압박 의도

일단 단통법 폐지 효과 지켜봤으면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통신사에서 전화가 오면 ‘초고속 인터넷과 TV 가입으로 60만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지 마세요. 43만원 정도 받았다’고 말해주세요.”

지인이 초고속 인터넷과 TV를 A 통신사에서 B 통신사로 변경하며 현금 페이백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 해당 판매점에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경품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 부당한 이용자 차별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더 큰 혜택을 받았음에도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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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공정경쟁지원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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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도 초고속인터넷 경품가이드라인처럼 될 듯

현재 방통위 초고속인터넷·TV 경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통신사의 평균 경품금액이 40만 원일 경우, 34만 원 미만 또는 46만 원 초과인 경우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60만 원을 받았다면 부당한 차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 이후 이동통신 가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휴대전화 지원금 공시 제도가 사라지면 소비자는 발품을 팔거나 온라인 검색을 통해 더 많은 지원금이나 현금을 페이백하는 매장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에 남아 있지만, 단통법처럼 까다롭게 운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단통법에서는 가입 유형(번호 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 등), 요금제, 거주 지역, 나이,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앞으로는 초고속인터넷·TV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가이드라인(고시)을 제공하고, 통신사를 옮길 때 현금 페이백을 더 지급받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기자로서는 지원금 공시 제도가 사라지면서 어떤 통신사, 어떤 휴대폰 모델의 지원금이 오르고 내렸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졌지만, 소비자로선 현재의 초고속인터넷·TV 가입 시장처럼, 비록 불법일지라도 지금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에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삭제돼 전면적인 마케팅 경쟁이 일어나기를 바랐지만,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안은 그 부분까지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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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유통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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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제도 유지


또한, 단말기 지원금 대신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돼 유지됩니다. 이를 통해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고 통신사를 옮겨 가입할 때 현재와 같이 12개월, 24개월 약정을 하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소비자에게 나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법상 과도한 혜택을 받아 결과적으로 부당하게(?)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통신사나 규제 당국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장려금 자료 요구, 더 쓰라 압박 의도

다만, 기술 발전으로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 단통법 폐지 이후 지원금 경쟁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국회는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 규모도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자료 제출 주체는 이동통신사이지만, 제조사별로 이통사에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내도록 했죠.

일각에서는 휴대폰 제조사가 영업기밀 유출에 따른 부담을 느껴 장려금을 축소하고,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에도 제조사 장려금이 외부로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죠. 정부가 이를 공개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이동통신사들은 자료 제출과 관계없이 이미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보다는 정부로 하여금 기업(통신사·제조사)이 단말기 마케팅에 투입하는 비용을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와 통신사에게 단말기 마케팅비를 더 쓰도록 하거나,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말입니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시장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는 규제 마인드가 읽히지요.

일단 단통법 폐지 효과 지켜봤으면

그런데, 단통법 폐지 이후 이런 규제를 도입해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이미 경험한 것처럼, 정부 의도대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초고속인터넷·TV 시장에서 “60만 원을 받았다고 알리지 말라”는 판매점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도 규제를 뚫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겁니다.

또한, 제조사와 통신사에 마케팅비를 더 쓰라고 요구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단통법 폐지는 단말기 유통구조에 손대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집중해야 할 일은 단말기 유통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가 아니라, 공시제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허위 계약에 따른 소비자 기망 가능성을 차단하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25% 요금할인)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점검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섣불리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규제하려 한다면, 단통법 폐지 이후 경쟁 활성화 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장 실패가 확인된다면 그때 가서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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