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별불일치 병역판정 기준 개정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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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최근 트랜스 여성(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성별정체성이 여성인 사람)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19일 한겨레 보도)하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2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은 트랜스젠더의 다양한 삶을 무시하고 성별정체성에 따라 살아갈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달 트랜스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국방부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성별 불일치를 겪는 사람 중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이에게 4급(보충역) 판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대로 규칙이 개정되면, 호르몬 치료 기간을 채우지 못한 트랜스 여성은 사회복무요원으로 1년 9개월간 복무하고, 예비군 훈련도 6년 동안 받아야 한다. 6개월 이상 규칙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엔 5급(전시근로역, 현역·보충역·예비군복무 면제) 판정을 받는다.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성별불일치’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더는 정신과적 질병이 아닌, 성별이 불일치한 ‘상태’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규정한 용어”라며 “(국방부가 6개월이라고 내세운) 호르몬 치료라는 기준은 굉장히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 성별불일치가 호르몬 치료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방부 개정안이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다양한 트랜스젠더 삶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박한희 변호사(왼쪽)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의 박기진씨가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성별불일치 병역판정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국방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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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은 “트랜스젠더 중에는 경제적 부담(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건강상의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군) 시설이 남성 기준에 맞춰져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정하려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는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군을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 뒤, 이런 의견을 반영한 의견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 개정안이 “최근 우리 법원 판례나 국제인권기준에서 신체 수술이나 치료와 무관하게 성별 정정을 인정하는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개정 취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판이 일자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병역 판정의 공정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각계 의견, 또 민원에서 제기됐던 문제점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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