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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이과 쏠림…AI 발달로 가장 큰 타격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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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서비스하는 이미지 생성프로그램 달리(DALL·E)로 만들어낸 이미지. “코딩을 전공한 대학졸업자가 취업난을 겪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3초만에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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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명한 노동시장 경제학자로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가 젊은 세대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스템) 전공선호에 대해 경고했다.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이달초 블룸버그통신 회견에서 “데이터를 수집·대조·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차세대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인공지능을 직무에 접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결국 인공지능이 그 일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2019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교육혁신회의 강연에서 “코딩 교육은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세살짜리에게 코딩을 가르치지만 그들이 대학 졸업할 때면 코딩이 무엇인지 잊게 될 것이며 코딩 기술은 아주 빨리 쓸모없어질 것”이라며 “코딩 교육은 우리 시대의 기술이며 그것을 깊게 배우게 하면 큰 실수”라고 말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출범시키고 주관해오면서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과 성과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최고의 전문가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이과생(선택과목 기준) 비중(51.7%)이 1993년 수능 도입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취업에서 유리한 공학·기술 전공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학생·학부모·교사· 정책담당자 등 교육 관계자들의 일반적 견해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위 발언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최근 발표된 각종 보고서와 국제 포럼에서 나온 미래전망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4일 발표한 ‘인공지능세대: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보고서는 “자동화와 정보기술 발전은 반복적 업무에 영향을 끼쳤지만, 인공지능은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의 일자리에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며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인공지능에 노출돼 있으며 그중 절반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자동화로 인해 가장 위험이 높은 직업은 고숙련 직업이며, 법률·의료·금융 직군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유는 성과 향상과 인건비 절감인데, 전문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고임금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발기구는 이런 고숙련 직업이 한국을 포함한 38개 회원국 전체 고용의 약 2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서비스하는 이미지 생성프로그램 달리(DALL·E)로 만들어낸 이미지. “스템 과목을 전공한 대학졸업자가 취업난을 겪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3초만에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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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펴낸 ‘인공지능과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국내 취업자의 12%(341만명)는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대체가능성이 높은데 기존 기술과 달리 고소득·고학력 노동자가 인공지능에 더 많이 노출돼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상승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보고서는 인공지능 노출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직업으로 일반의, 전문의,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를 예시했다. 인공지능에 가장 덜 노출된 직업은 고객과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일로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 직군으로 나타났다.



코딩 교육이 사례다. 알파고 충격 이후 코딩 교육 열풍이 불어 2018년부터 중학 교육과정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고 이듬해 초등 5·6학년으로 확대됐다. 수백만원짜리 코딩 캠프와 학원이 등장했지만 한때 ‘19단 외우기’ 마케팅처럼 코딩 교육 열기도 시들해졌다. 기술 발달 덕이다. 아주 낮은 수준의 코딩으로 앱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로 코드(low code), 또는 아예 코딩이 필요하지 않은 노 코딩(no coding)이 등장한 게 배경이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깃허브의 코딩 보조프로그램 ‘코파일럿(Copilot)’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코딩의 문턱은 더욱 낮아졌다.



피사리데스 교수는 “인공지능이 고용시장에 전체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스템 분야도 성장하겠지만 취업 희망자를 수용하기엔 충분치 않다”며 “미래에는 서비스업과 의료업 등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해야 하는 직업의 수요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으로 직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특정한 기술(하드스킬)보다 공감과 창의성을 갖추고 유연한 적응력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김승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감과 감성적 접근이 빠진 하이테크 위주의 기술은 인공지능에 대체되기 더 쉬워진다”며 “인터넷을 다루는 게 초기엔 특정 직무였다가 보편 직무가 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보편 직무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스템 교육을 강조해온 접근법에도 새로운 고찰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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