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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사퇴 거부한 한동훈 "할 일 하겠다"... 여권, 내부 갈등 파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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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김경율 공천 논란에 유감
거취 압박 논란에 한 "국민 보고 나선 길"
김 여사 명품백 대응 기류 변화 영향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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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최근 불거진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전략 공천 논란과 관련해 21일 유감을 표시했다. 논란을 자초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운영에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인데, 한 위원장은 거취 압박에 대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말했다. 공천 문제로 맞선 모양새이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사과를 강하게 요구한 김 비대위원과 기류 변화를 보인 한 위원장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견제 성격도 짙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 갈등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대통령실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尹의 철학 강력"... 불편한 감정 내비쳐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오늘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 위원장 입장’이라는 공지를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한 위원장의 공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이번에는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한 위원장 줄세우기 공천 행태에 기대와 신뢰 철회' 기사와 관련해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한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한 위원장을 만나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 사과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며 기류 변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저녁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라면서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부터 '대통령실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며 "한 위원장이 '설연휴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재옥 포함 TK 의원들 22일 별도 모임, 수도권 인사들과 대결 구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오기 전부터 감지됐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초선 이용 의원이 당 의원들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여사가)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과 불가론'에 가세했다. 친윤계 한 핵심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김 비대위원 공천 논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 의원 글에 (대통령실 의중이 담겼다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이 '마이 웨이'를 선언했지만, 그를 향한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김 여사 사과를 강하게 주장해온 수도권 인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구·경북(TK) 의원들 움직임부터 심상치 않다. 이들은 또 다시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까지 거론하며 22일 별도의 모임까지 준비하고 있다.

다만 한 위원장까지 내칠 경우 80일도 남지 않은 총선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비대위를 해체하는 파국은 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약해지고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심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당이 역행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민심의 칼이 당을 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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